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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투기의혹 철저한 조사 없인 ′2·4대책′ 신뢰 어렵다

기사등록 : 2021-03-1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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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게 생선 맡긴 격' 투기꾼과 다를 바 없는 행태에 분노
차명·법인 조사가 핵심, 2·4대책 지속보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
이동훈 산업2부 차장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쏟아지는 LH 투기의혹에 정부의 정책 신뢰가 무너졌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확산되자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말들이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들이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행동에 배신감을 토로하는 여론이 상당하다. 투기 의혹이 광범위하게 드러날 조짐까지 보이자 이제는 배신감을 넘어 정부의 정책적 신뢰마저 흔들고 있다.

여론이 악화된 이유에는 땅 투기 자체도 문제지만 보상금을 노린 직원들의 행동이 큰 영향을 끼쳤다. 농업경영계획서에는 벼를 재배하겠다고 적어놓고 비교적 관리가 쉬운 버드나무를 빼곡히 심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보상가가 정해지지 않은 '에메랄드 그린'이란 묘목이 심해진 곳도 있었다.

전형적인 투기꾼들의 수법이다. 토지 위해 농작물이나 묘목이 있으면 땅에 대한 감정평가 이외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보상금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작업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보상금에 국민들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이런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리의 세금이 투기꾼 배만 불려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원주민들의 허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불거진 투기 혐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 이전인 1·2기 신도시와 택지개발사업 과정에서 땅 투기로 이익을 취한 직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묘목을 급하게 수천그루 심는 행위나 한 필지에 수십명이 지분 쪼개기로 매입한 행태를 보더라도 오래전부터 비리 행위가 만연했을 가능성이 있다. 투기 범위를 넓혀 지하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및 역사 주변을 조사하면 일명 'LH 게이트'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이유로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중요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주위 담을 수 없다지만 뒷수습은 철저해야 한다.

첫 단추는 여론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지난주 국무총리실 산하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이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1만4000명을 조사해 단 7명의 투기 혐의자를 찾았다는 1차 결과를 내놨다. 이번 사태를 처음으로 공개한 시민단체에서는 제보를 받아 하루 동안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조사를 통해 13명을 투기 혐의자로 찾았다. 단순 계산은 어렵더라도 합동조사단 인력 770명이 투입해 일주일간 조사한 결과치고는 초라한 성과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두고 "LH 직원들은 청렴했다", "그 정도면 추가 조사가 필요 없을 정도다" 등 조사단의 결과를 비꼬는 말들이 회자되기도 했다.

물론 정부도 조사단에 검찰 인력을 일부 투입해 조사 강도를 높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투기 혐의를 조사하고 국정감사도 진행키로 합의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제 식구 감사기', '꼬리 자르기' 등의 의혹 제기에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가 중요하다. 투기 직원인 소수에 불과하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혐의자는 모두 색출해야 한다. 시장 질서를 무너트리고 사회적 공정성에 균열을 일으킨 범죄자를 찾는데 성역이 없어야 할 것이다.

신도시 내 땅 투기 혐의자뿐 아니라 소유자도 공개해 혐의를 가려봐야 한다. 땅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가 가능한 아파트, 상가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차명 및 법인, 지인, 형제 등을 통해 투기했는지를 걸러내는 게 수사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명 거래 위주로 조사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차명을 이용한 거래였을 공산이 크다. 언제든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안고 대범하게 실명 거래를 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또 법인 거래내역도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실명이 드러나지 않는 법인 거래가 상당수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또한 차명을 이용한 거래가 대부분이다. 1500여명이 넘는 퇴직자 조사도 시급하다. 이들을 조사하지 않으면 이미 땅 투기로 차익을 손에 쥔 투기세력을 잡기 어렵다. 더욱이 퇴직자들이 법인을 만든 후 재직 직원들과 모의해 땅 투기했다는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

신뢰가 무너지면 정책이 바로 서기 어렵다. 정부는 투기혐의 조사와 별개로 '2·4대책'에서 밝힌 신도시 및 공공택지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 정책이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 미지수다. 모든 일에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더 큰 사회적 혼란이 예측된다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지 싶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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