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1330억원대 조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상(51) LIG 회장과 그 동생 구본엽(49) 사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권성수 박정제 박사랑)는 1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 혐의로 기소된 두 사람과 전직 LIG 재무관리팀 전무 김모(58) 씨, 전략기획팀 부장 이모(48) 씨, 재무관리팀 부장 이모(47) 씨, 전략기획팀 차장 여모(46) 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변호인은 "기록이 방대하고 사실관계가 복잡해 검토를 다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대체적인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 회장과 구 사장은 당시 수감 중이었는데, 공소사실 행위들은 전문적이어서 보고를 받았다고 해도 잘 모른다"며 "다른 대기업도 대부분 그러겠지만, LIG는 고(故) 구자원 명예회장과 그 형제들이 의사 결정을 하던 구조로 보통 윗 세대에서 결정이 이뤄지면 아랫 세대는 관여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위에서 결정을 하면 실무진은 이에 맞춰서 일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또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증권거래세 포탈 혐의 3가지로 나눠지는데, 어떤 피고인이 어떤 범행에 가담했는지를 나눠서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검찰 측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상 3가지 행위가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하나의 신고 자료를 조작하면 세 가지 세금액이 동시에 변하는 구조"라며 "구체적 행위에 대한 가담 정도가 다를 수는 있지만 실무진 4명이 의사결정을 같이하고 실행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도 "공소장에 구체적인 공모와 범행일시가 언제 무렵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과 적용 법조 등을 조금만 더 분명하게 정리해서 의견서로 제출해달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재판부는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 앞서 오는 5월 24일 변호인 측의 상세한 주장을 프레젠테이션(PT) 형태로 듣고 재판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형사부(한태화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17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5월말 LIG 주식매매에 대한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1만481원이던 LIG 주식 평가액을 3846원으로 허위 평가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6월 30일 LIG 주식을 매매하면서 허위 평가한 주당 금액 3846원으로 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꾸민 혐의도 받고 있다. 이때 구 회장과 구 사장은 자신들의 계좌에서 양도인들의 계좌로 주식매매 대금을 보내 금융거래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구 회장과 구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5년 7월 초쯤 LIG 주식매매가 LIG넥스원의 유가증권신고 3개월 전에 이뤄져 공모가 적용대상이 아닌 것처럼 꾸미기 위해 주주명부와 주권의 명의개설일(변경일)을 2015년 4월 7일로 앞당겨 작성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같은 해 8월쯤 LIG 주식매매계약서 작성일자와 주식평가보고서 작성일자를 거짓작성하는 등 양도가액과 양도시기를 조작해 증여세 919억9800여만원, 양도소득세 약 399억5100여만원, 증권거래세 10억여원 등 총 1329억5500여만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구 회장과 구 사장은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2012년 11월 기소돼 2017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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