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외화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절차에 재착수했다. 일단 은행들은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나, 올해 초 두 차례 유찰이 있었던 만큼 흥행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2일 '외화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3차 입찰 공고를 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1월, 2월 외화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낸 바 있다. 하지만 단 한 곳의 은행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입찰은 모두 유찰됐다.
국민연금공단 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2020.06.10 kebjun@newspim.com |
국민연금은 '동일 금융지주회사 중복제한' 조건이 유찰 요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회사가 ▲주거래은행 ▲외화금고은행 ▲국내주식 수탁은행 ▲국내대체 수탁은행 ▲사무관리사 중 2개를 초과해 국민연금 업무를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려는 취지였지만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이 충족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조건으로 평가됐다.
예컨대 외화금고 은행인 하나은행의 경우 작년 국민연금 수탁은행으로도 선정됐다. 계열사인 하나펀드서비스도 사무관리사 업무를 맡아 외화금고 은행으로 다시 선정될 경우 1개의 업무를 포기해야 했다.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도 작년 수탁은행 선정돼 사정이 동일했다. 국민연금은 흥행을 위해 이번 입찰에서 '동일 금융지주회사 중복제한' 조항을 삭제, 조건을 완화했다.
그럼에도 이번 국민연금 외화금고 입찰이 흥행에 성공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용 대비 은행이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 외화금고 은행이 되면 외국환 거래 관련 출납사무, 외화 보통예금 계좌 관리, 외화 단기자금 한도 관리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작년 12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는 303조9000억원. 이 과정에서 은행은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집단대출 등을 유치해 부수수익을 거둘 수 있다. 대체로 공공기관 서비스 마진은 크지 않아 상징성, 부수수익 등을 기대하고 입찰에 참여한다는 전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구축과 같은 비용, 높지 않은 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공공기관 업무 자체는 은행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라며 "그럼에도 그 동안 무리해서 지원하는 것은 수익성보다 상징성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높은 신용등급의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이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외화금고는 적잖은 비용을 감수하고 들어가기에는 이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은행권에서도 이전보다 덜 적극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A은행 관계자는 "회계컨설팅, 전산시스템 구축 등 비용만 수십억원이라고 한다"며 "검토 중이긴 하지만 역마진을 보면서까지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상징성보다 수익성이 중요해지는 분위기 같다"며 "두 번 유찰된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이 많아 부수수익을 충분히 기대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다음달 2일 오후 3시까지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중순 발표, 말 현장실사를 거쳐 5월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오는 7월1일부터 2024년 6월30일까지 3년이다. 외화금고 은행에 선정되면 이후 1년 단위로 2회 연장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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