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지 3주만에 처벌 강화를 내용으로 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소급적용 제외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3기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들을 개정안을 근거로 처벌할 수 없게 되자 정부가 밝힌 강력처벌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임대차3법에서는 소급적용을 해놓고 이번 개정안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 "최대 무기징역·5배 벌금" 3기 신도시 투기 직원에게는 남의 이야기?
26일 국회에 따르면 땅투기를 하는 공직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3기 신도시 투기 직원에게는 적용할 수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LH 3법'으로 불리는 공공주택특별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공직자윤리법을 통과시켰다. 부동산 개발정보나 비밀정보를 이용해 땅투기를 한 공직자는 최고 무기징역형과 그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취득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처벌 대상도 공직자나 관련업체 직원 뿐 아니라 제3자도 해당되고 LH의 경우에는 현직 뿐 아니라 10년 이내 퇴직자도 포함시켰다. LH 등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 전 직원의 재산 등록이 의무화했다. 이전 법안들보다 처벌을 강화하고 적용대상을 확대했다.
3기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 등에게는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안 통과 이전에 벌어진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는 불소급 원칙이 있기에 그렇다.
이로 인해 개정안이 사후약방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소급적용을 통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1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 종사자가 이해충돌방지법 등 공직윤리를 위반해 1억원 이상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 법 시행 전에 행한 행위도 소급적용해 수익을 환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LH 3법을 다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몇몇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정안에 없던 소급적용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소급적용을 포함시키면 법안이 위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소급적용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소급 적용을 주장했지만 공공이 범죄사실을 인지할 수 있던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법률상 불소급원칙에 위배돼 소급 적용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임대차법은 되고 'LH 3법'은 위헌이어서 안된다?...소급적용 논란
LH 3법에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으면서 소급적용된 임대차3법과 비교하며 소급적용 판단 기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3법은 법 시행 이전 계약에도 소급 적용됐다.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지만 소급 적용을 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위헌 논란을 이유로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난해 임대차3법에는 소급적용을 해놓고 이번 법안은 소급적용하지 않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보인다"며 "법리적으로는 소급적용이 안되는게 원칙이지만 국민들은 기준없이 적용한다고 받아들여 형평성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제38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03.05 kilroy023@newspim.com |
법조계에서는 형사처벌이나 제재 목적으로 소급적용을 사용하는 것은 헌법상 불소급원칙에 어긋난다고 본다. 임대차3법의 경우 경과규정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따라 소급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신규계약의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갱신계약인 경우 법 개정 이전에 체결한 계약과 계약기간 만료 후 신규 계약을 기준으로 보는지에 따라 소급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최광석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원칙상 소급적용은 있을 수 없다"면서 "임대차3법의 경우는 소급적용이냐 아니냐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발본색원·패가망신' 공언한 정부...기존 법·개정안도 한계
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개정안을 적용할 수 없게 되면 이전 법을 기준으로 처벌해야 되는데 처벌 규정이 약해 논란이 된 만큼 정부가 공언한대로 강력한 처벌이 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을 대토보상에서 제외하고 협의 양도인 택지 지급을 차단해 감정평가액 기준 현금보상만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투기 이익을 차단하고 합동수사본부 조사를 통해 이익의 환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형사처벌은 공직자윤리법 상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과 부패방지법 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 가능하다. 이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들을 입증하기 위한 기준이 명확치 않아 실제 처벌은 쉽지 않다. 비밀이용 금지 위반의 경우 의혹을 받는 당사자가 비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에 나섰더라도 다른 정보 등을 활용해 땅을 구입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처벌하긴 어렵다. 수사기관이 이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판례에서도 비밀의 범위나 직무 및 업무관련성을 좁게 해석해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도 향후 공직자들의 투기를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벌규정이 강화돼 이전보다 투기 차단 효과는 있겠지만 공직자 부동산 거래 사전 허가제 등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처벌강화나 재산등록만으로는 투기를 잡는데 한계가 있다"며 "공직자들은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와 인근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시 사전 허가를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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