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강혁 산업1부장 = 중국 춘추시대 역사를 기록한 '춘추좌씨전'. 착한 일은 권하고 악한 일은 벌한다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이 책에서 출발한 고사성어다. 흥부전, 콩쥐팥쥐 등 우리 고전(古典)은 권선징악이 바탕이다.
현대사회, '누가 더 많이 가졌느냐'라는 부의 개념이 우선시되면서 권선징악은 다양한 비평과 마주했다. '착하면 바보'. 적어도 공업화의 이면에는 돈의 논리가 '악'도 '선'이라 불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세기(世紀). 결과는 참담하다. 기원전, 기원후. 숫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이 영겁의 시간은 한 세기의 공업화 물결을 거치며 '지구 파산'이라는 표현을 낳고 있다. 단적으로 급격한 기후 변화는 위기를 넘어 재앙 수준에 왔다.
[서울=뉴스핌] 이강혁 산업1부장 = 2021.03.25 ikh6658@newspim.com |
"착한 기업".
뉴스핌의 '[ESG, 새로운 기회]' 대기획이 지난 25일 마무리됐다. 총 25편으로 진행된 이번 기획은 ESG란 무엇인지, 글로벌 현황은 어떠한지, 우리 기업에게 어떤 위험과 기회가 있는지,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업의 준비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꼭지로 구성돼 독자에게 전달됐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건강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각 요소들이 기존에 없었던 개념은 아니나, 이를 체계화·수치화하고 있다.
ESG 지표는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가 저물었다는 기업경영의 패러다임 대전환 시작이다. 이제 기업들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 환경 문제, 재해 문제, 서비스 문제, 재난 문제, 지배구조 문제 등 다양한 요소를 투자자의 관점에서, 고객의 관점에서, 인류의 관점에서 고민하며 비즈니스 해야한다. 그래야 기업의 영속성과 영원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번 ESG 대기획의 주관부서 데스크로 기획 코디네이팅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착한 기업'에 점을 찍었다. 착하다는 표현에 어휘적 중의성은 있으나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눈 속임으로 이익만을 추구하다가는 지속가능한 경영은커녕 퇴출의 심판대에 설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있다.
이미 세계 주요국 정부나 거대 투자자의 '착한 기업' 요구는 구체적이고 분명해 졌다.
단적으로 주요국 정부는 ESG의 한 축인 환경 문제와 관련해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다양한 기업규제를 쏟아내는 중이다. 또한 블랙락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탄소 문제를 비롯한 ESG 경영지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상태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도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재무적 가치 이외에 ESG 지표를 반영하기로 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투자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운영기금의 50%를 ESG 기반에 투자하기로 했고 금융당국도 2025년까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게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발빠르게 ESG 실천에 나서고 있다. 애플, 구글,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작은 위험요소 하나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완제품에 들어가는 수만가지 부품 중 하나라도 이를 공급하는 부품사의 ESG 실천이 미흡하다면 거래하지 않겠다고 한다.
"삼성정신이 무엇이냐. 인류에 해(害)하는 짓 하지 말라는 거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3년 6월 '처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 당시 이같은 방향성을 설파했다. 이미 세계 일류기업을 향한 총수의 혜안은 정립되어 있던 셈이다. 이런 방향은 삼성의 비즈니스 세계관 재정립을 불러왔고 기업 역할의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삼성의 세계와의 비즈니스 대원칙은 이렇게 자리잡았다.
"사회적 가치 창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은 ESG 경영과 맞물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조명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에서 출발한 기업시민으로서의 고민은 사회적 가치 추구의 철학으로 발전했다. SK그룹 전계열사는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해 비즈니스에 활용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ESG 경영은 더이상 거스를 수 없다. 투자자의 요구를 넘어서 인류의 요구이자 반드시 지켜야할 핵심가치다. 기업이 사회와 함께 진정성을 담아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가 쌓이면 결국 돈(이익)은 따라온다. 이제 경영전략의 수립 단계부터 철저하게 ESG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반영하자. 선순환 비즈니스 생태계는 그렇게 완성될 것이다.
바야흐로, 권선징악의 ESG 경영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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