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금융감독원이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다시 출시하기 위해 은행권과 머리를 맞댔다. 국내외 금리 상승으로 차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은행들에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 현황자료 제출을 요구한 후 이들과 새로운 상품을 설계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많이 팔리든, 적게 팔리든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 해당 상품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0.05.11 angbin@newspim.com |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리의 최대 상승 폭을 제한하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이 2년 전 국내 15개 시중은행과 이미 출시한 바 있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차주의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당시 상품은 대출금리 최대 상승폭을 향후 5년간 2%포인트, 연간 1%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또 변동금리 주담대 차주에 특약을 부가하는 형태여서 금리는 변동금리보다 0.15~0.2%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상품 출시 후 금리가 하락하면서 찾는 사람이 적었다. 현재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하나, 부산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만 취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또 한번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꺼내든 것은 최근 금리 상승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고채금리(10년)는 작년 말 1.71%에서 이달 19일 2.1%로, 미국 국채금리(10년)은 0.91%에서 1.72%로 각각 올랐다. 여전히 국내는 은행권 주담대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50%대로 금리 상승시 위험에 노출된 차주가 적지 않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주 임원회의에서 "그 동안 대출비중이 꾸준히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이 적지 않아 금리상승 위험에 노출된 차주들이 많다"며 "고정금리 대출이나 금리상한형 대출을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출상품 출시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은행권도 금리상한형 주담대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차주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유인이 크지 않다. 주담대 자체도 담보가 있어 원금을 떼일 염려가 현저히 낮다. 하지만 취약차주 다수가 동시에 부실이 처할 경우, 사회에 큰 혼란을 주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번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2년 전과 큰 틀은 유지하되 세부조건이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폭 등 그 사이 상황이 달라져서다. 예컨대 대출금리 최대 상승폭을 적용하던 기간이 1년, 5년에서 1년, 3년으로 줄어들 수 있고 최대 상승폭이 1%포인트, 2%포인트에서 0%대, 1%대로 내려갈 수 있다. 앞선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환조건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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