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헌법재판소가 공공장소에서 강제추행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서 정한 법익 침해 최소성 원칙 등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청구인 A씨는 지난 2017년 서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 등이 확정됐다. 이에 A씨는 자신에 대한 처벌 근거가 된 성폭력처벌특례법 11조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법 조항은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이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해당 조항에서 규정한 '추행'이 추상적 개념으로서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이처럼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해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도 있다며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성폭력 범죄와 달리 추가적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역시 가벌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여지를 둬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헌재는 그러나 이들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우선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한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대법원 판결에 의해서도 구체적이고 종합적 해석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과거 대법원 판례를 고려하면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 그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를 종합하면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추행의 고의가 없는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는 해당 조항에 의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그러면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발생하는 추행은 피해자와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장소가 공개돼 있는 등 사정으로 피해자의 명시적・적극적 저항 내지 회피가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다"며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피해자 심신상실 상태 등을 이용하지 않고도 보다 쉽게 추행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공 밀집 장소에서 추행행위는 이같은 특수성에 따라 방어하기도 어렵고 피해도 매우 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추행 정도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므로 설령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처벌 필요성을 설명했다.
헌재는 이같은 판단에 따라 해당 법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고 있으며 법익 균형성도 인정되는 등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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