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사업자는 일정 규격에 맞는 교통약자용 좌석을 버스에 설치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정면이 아닌 측면을 바라보는 교통약자용 좌석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는 1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인 A씨가 교통사업자를 상대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적극적 시정조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다만 대법은 원심 판단과 달리 교통사업자 측의 손해배상 의무는 없다고 보고 위자료 지급을 선고한 원심은 파기했다.
대법은 "교통사업자는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교통약자좌석에 대해 시정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연대 등 '생활편의시설 장애인 접근 및 이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11 yooksa@newspim.com |
앞서 이 사건 버스의 뒤쪽 출입문 앞에 설치된 교통약자용 좌석 규모는 버스 진행 방향으로 측정할 때 0.97미터, 출입문 방향으로 측정할 때 1.3미터이다. 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해당 좌석에 휠체어를 고정하고 착석할 경우 버스 진행 방향이 아니라 출입문 방향을 바라보게 되고 장애인 다리가 버스 출입문 쪽 통로 부분에 놓이게 된다.
이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 A씨는 해당 버스를 운용하는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 시정 조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준용하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2조 1항에 따르면 버스에 설치해야 하는 교통약자용 좌석 규모를 길이 1.3미터, 0.75미터로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피고는 저상버스가 아닌 이 사건 버스에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로 교통약자용 좌석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저상버스 표준모델에 관한 기준을 갖춘 저상버스에만 교통약자용 좌석을 설치하도록 한 국토교통부 고시가 판단 근거였다.
그러나 2심은 교통사업자 측이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했으며 고의와 과실도 인정된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2심 법원은 "이 사건 버스에 설치된 교통약자용 좌석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요구하는 규모 기준에 미달하므로 교통사업자 측은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했다"며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로 운행하는 버스 중 휠체어 승강설비가 설치된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맞게 확보하라"고 명령했다. 이와 함께 위자료 30만원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은 이같은 원심 판결 취지를 그대로 인용했다. 다만 위자료 지급은 취소했다.
재판부는 "해당 시행규칙에서 교통약자용 좌석의 길이와 폭을 측정하는 방법을 분명히 규정하지 않은점, 피고는 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협약에 따라 이 사건 버스를 구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지자체가 회사 측에 휠체어 사용을 위한 전용공간 규모 기준에 미달한다고 지적한 바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회사가 의무를 위반하는 데 있어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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