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기체 제트가 물에 분사될 때 오목하게 파이는 현상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유체 제어를 통한 의료, 생명, 농업, 식품, 화학 등 여러 분야의 기술 개발에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최원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기체를 이온화시킨 플라즈마가 기체와 액체 사이 경계면의 유체역학적 안정성을 증가시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최 교수 연구팀은 헬륨 기체 제트를 고전압으로 이온화시켜 얻은 플라즈마를 물 표면에 분사시켰을 때, 일반적인 기체와 액체 사이의 경계면에서보다 경계면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에 존재하는 약하게 이온화된 기체와 액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플라즈마 제트를 활용하는 기초과학·응용 분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체 제트의 이온화를 통한 액체 표면의 안정화를 모사한 삽화 [자료=한국과학기술원] 2021.04.02 biggerthanseoul@newspim.com |
예를 들어 컵에 담긴 주스의 표면 위에 빨대로 숨을 약하게 불면 주스 표면이 보조개 형태로 오목하게 들어간다. 이와 달리, 강하게 불면 오목한 형상이 없어지고 주스에 거품이 일거나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번 연구는 강력한 기제 제트를 불어넣더라도 액체 표면이 안정적으로 오목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최 교수 연구팀은 기체 제트를 강한 전기장으로 이온화시켜 만든 플라즈마의 특성을 이용하면 기체와 액체 사이 경계면의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험과 이론으로 밝혀냈다.
이번 실험에 활용한 플라즈마 제트에서는 '플라즈마 총알(plasma bullet)'로 불리는 고속의 이온화 파동과 전기바람(electric wind)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특성을 이용해 물 표면의 불안정성을 줄였다.
기체 제트 내에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면 생성되는 1초당 수십 미터 속력의 전기바람으로 인해 물 표면에 가해지는 힘이 증가해서 물 표면이 더 깊이 파인다. 물 표면이 불안정해져야 하는 게 정상이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연구팀은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플라즈마-물 이론 모델을 정립해, 물의 표면을 따라 1초당 수십 킬로미터 속력으로 이동하는 플라즈마 총알이 물 표면에 나란한 방향으로 일으키는 강한 전기장으로 인해 물 표면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플라즈마 생성 유무에 따른 물 표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실험사진 [자료=한국과학기술원] 2021.04.02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이번 연구 결과는 박상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박사가 제1저자로, 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4월 1일 자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연구지원사업(우수신진연구)과 한국과기원 '하이리스크 앤드 하이리턴(High-Risk and High-Return)'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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