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북한 기업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미지급된 아연 수출대금을 달라며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두 기업이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중개업자로 알려진 중국 회사가 국내 기업에 아연을 판매한 것으로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김춘수 부장판사는 6일 평양에 있는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조선민경련) 산하 A회사 등이 국내 아연 가공업체인 B회사 등을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2021.03.10 obliviate12@newspim.com |
앞서 A사는 지난 2010년 2월 B사와 북한산 아연을 2600여톤(t)을 600만 달러(한화 약 67억원)에 공급하기로 하는 물품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사는 B사가 지정한 회사에 계약에 따른 아연을 모두 공급했고 B사는 대금 중 일부인 14억원을 중국 국적의 무역회사인 C사를 통해 지급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의 발생으로 당시 이명박 정부가 5·24 대북 제재조치를 시행하면서 남북간 교역 및 교류가 중단됐고 A사는 나머지 대금 53억원을 받지 못했다.
A사는 2019년 8월 "미지급대금 중 일부인 1억원 만이라도 지급하라"며 소송대리권을 위임한 김한신 사단법인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를 통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아울러 A사의 물품공급 및 대금결제 등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조선민경련과 김 대표도 각각 원고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나 "피고 회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것은 A사"라며 "또 다른 원고인 조선민경련은 A사의 상부기관이고 김 대표는 A사의 대리인에 불과해 이들에게 이 사건 물품대금의 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사가 B사 등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A사의 청구에 대해서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오히려 중국 국적의 C사가 A사 또는 그 외의 북한 기업들로부터 이 사건 물품을 매수해 다시 B사에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A사가 증거로 제출한 선하증권에는 C사가 송하인으로, B사가 통지수령인으로 기재돼 있고 인보이스(송장)에도 판매자가 C사, 구매자가 B사로 적혀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사를 A사와 B사 사이에 단순히 수수료만 취하는 중개업자로 보기 어렵고 A사가 C사에 수수료만을 지급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북한 기업이 남측 대리인을 통해 남한 기업을 상대로 낸 첫 소송이다. 원고 중 한 명인 김 대표는 이날 선고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피고 측은 중개인인 중국 회사에 송금했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계약 상대방인 민경련 계좌에 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북한 측과 접촉이 중단돼 법원이 요구하는 거래내역 등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며 "대리인과 상의해 다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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