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 최대 규모의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숏 베팅이 홍수를 이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3월 말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74%까지 오르며 14개월 최고치를 찍은 뒤 일보 후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른바 '금리 쇼크'가 재차 발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는 해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2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방안이 앞서 1조9000억달러의 부양안 발표 당시와 달리 국채 투매를 촉발시키지 않았지만 안심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뉴욕증시의 급락 리스크를 경고하는 상황과 맞물려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IHI마킷에 따르면 총 운용 자산 규모 140억달러의 아이셰어 20+ 이어 국채 ETF(TLT)에 대한 숏 포지션 물량이 전체 유통 물량의 20%에 달했다.
수치는 연초 7%에서 가파르게 뛴 동시에 2017년 초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올들어 TLT가 13%에 달하는 하락을 나타냈지만 투자자들의 '숏'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TLT가 장기물 국채를 집중 매입하는 월가 최대 규모의 ETF라는 점에서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관론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해석이다.
숏 베팅과 별도로 연초 이후 TLT에서 이탈한 투자 자금이 2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거시경제 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국채 금리 상승이 재개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마 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국채 금리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기간이 길지 않을 전망"이라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가 연말까지 고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TLT 이외에 우량 회사채를 겨냥한 대표 펀드인 아이셰어 아이복스 인베스트먼트 그레이드 회사채 ETF(LQD)에서도 자금 썰물이 발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른바 슈퍼 부양책과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면서 경기 회복에 따른 안전자산 투자 매력의 위축과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이 국채 숏 베팅과 변동성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찰스 스탠리의 존 레드우드 글로벌 전략가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일반적인 채권은 물론이고 물가연동채권(TIPS)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닥터 둠으로 통하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 선을 뚫고 오를 경우 아케고스 캐피탈과 흡사한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 뉴욕증시를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투자가들 사이에 쓴소리가 꼬리를 무는 상황이다.
이 밖에 골드만 삭스 출신의 가상통화 억만장자로 널리 알려진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포트폴리오 헤지 차원에서 5년물 국채 숏 포지션을 대폭 늘렸다고 밝혀 월가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부에서는 부채 위기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백신 공급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잠재적인 리스크를 가리고 있지만 팬데믹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동원한 대규모 부채가 금리 상승에 후폭풍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관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국가가 특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고, 올해 봄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서도 부채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장중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5bp(1bp=0.01%포인트) 하락하며 1.643%에 거래된 가운데 피델리티는 금리가 2.0%까지 뛸 가능성을 예고했고, 씨티그룹은 최대 2.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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