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해 수원여객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재판에서 당시 김모 수원여객 재무이사가 자금 집행에 대한 전결권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전 회장 측은 "김 전 이사가 마음대로 법인인감을 사용할 줄 몰랐다고 하는데, 외부에 있었던 김봉현이 이를 어찌 알 수 있었겠느냐"고 동조했다.
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의 재판에 전 수원여객 회계 담당자인 경리이사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이사는 자금 집행을 맡았으며 A씨는 자금 집행에 대한 회계 처리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뉴스핌] 이형석 기자 = 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4월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0.04.26 leehs@newspim.com |
김 전 회장은 2018년 10월~2019년 1월 김 전 이사 등과 공모해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이사가 소비대차계약서 등에 법인인감을 임의로 찍는 등 조작해 수원여객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이사는 수원여객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지 않은 채 법인거래 계좌를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3월쯤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스트라이커캐피탈)가 수원여객의 지분 약 53%를 갖게 되면서 김 전 이사는 스트라이커캐피탈 측의 인사로 2018년 10월쯤부터 수원여객의 자금 집행 업무를 도맡았다고 한다.
A씨는 정황상 김 전 이사에게 전결권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A씨는 "전 경영진이 있었을 땐 대표이사가 법인인감을 찍어줘야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영진이 새로 바뀌고 (법인인감 없이) 인터넷 뱅킹을 이용했고 경영진이 젊어져서 신속하게 움직이려나보다 생각했다"며 "또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오면서 전결권 얘기를 해서 전결권이 생기나보다 했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김 전 이사의 전결권 행사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김 전 이사가 '수원여객에선 내가 재무이사지만, 본사인 스트라이커캐피탈에 가면 내가 대표이사보다 서열이 위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이런 인식도 작용했고, 스트라이크캐피탈에서 파견한 사람들이니까 (김 전 이사와 대표이사가) 협업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회계 자료 등 김 전 이사가 회계 처리 하라고 준 자료 등에) 법인인감이 찍혀있어서 당연히 대표이사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법인인감이 어디에 보관돼 있었느냐에 대한 질문엔 "법인인감은 대표이사가 금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옆에 앉혀놓고 보고한 뒤 승인하면 대표이사가 직접 찍을 때도 있고 바쁠 땐 인감을 주고 찍으라고 한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증인은 '회계 업무 담당하는 김 전 이사가 마음대로 이체하고 법인인감을 쓸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며 "근데 외부에 있던 김봉현이 이를 알 수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A씨는 "글쎄요"라며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과 함께 공모해 수원여객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김모 전 스타모빌리티 이사의 보석이 지난 7일 인용됐다. 재판부는 "충분한 심리와 방어권 행사를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전 재무이사 역시 지난해 11월 보석이 허가돼 풀려난 상태다.
김 전 회장은 김 전 이사 등과 공모해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 외에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전환사채 인수계약서 등 문서에 수원여객 법인 인감을 임의로 날인해 회사 회계 담당자에게 제출하는 등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도 받고 있다.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옥중 자필 입장문을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술집에서 전관 출신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술접대를 했고, 이중 1명이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폭로했다.
전담팀을 꾸리고 술접대 의혹 수사에 나선 검찰은 술접대를 받은 A부부장검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B변호사와 김 전 회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검찰은 술 접대와 라임 수사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A검사에게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함께 술접대를 받은 검사 2명은 술자리 도중 귀가해 향응수수액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기소됐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