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뉴스핌] 김기락 기자 = 중형차 K5로 대성공을 거둔 기아자동차는 K5에 이어 준중형급 K3와 준대형급 K7, 대형급 K9 등을 통해 기아차 세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번에 기아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고 난 뒤 처음으로 출시한 세단이 바로 K8이다.
1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남양주 화도 일대를 다녀오는 구간에서 만난 K8은 기아차의 오랜 역사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연결하는 절충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8은 세상에 없었던 차다. 숫자로 차 크기를 예상할 수 있으나 그동안 K 시리즈와 닮거나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완전히 새롭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담한 앞모습은 처음 보는 순간부터 주변을 압도한다.
자동차의 인상을 좌우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큰데다, 보석 같은 패턴이 날카롭게 장식해 강한 인상을 풍긴다. 헤드램프 두께를 얇게 만들어 매서운 느낌마저 든다. K8은 주위의 차 디자인을 10년전쯤으로 되돌려놓는 것 같다.
옆모습은 K8 디자인의 백미다. 대담한 앞모습과 스포티한 뒷모습을 시각적으로 잘 연결했다. 2열 도어의 힘찬 캐릭터라인이 트렁크와 리어램프로 이어지는 것과 동시에 도어 하단의 크롬 장식이 속도감을 떠올리게 한다.
길이 5m 이상의 준대형차로서는 이 같은 디자인은 익숙하지 않다. 기아의 미래 디자인 방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속도감 있는 과감한 터치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현대차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K8 [사진=기아] 2021.04.12 peoplekim@newspim.com |
워커힐호텔을 빠져나와 올림픽대로를 거쳐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올랐다. 세차게 비가 내렸으나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 트림에 걸쳐 앞좌석의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해 바람 가르는 소음이 적었다.
기아와 함께 최신 현대차의 정숙성은 인정할 만하다. 일상적인 주행이라면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다. K8와 같은 준대형차인 현대차 그랜저도 정숙성이 매우 뛰어났다.
빗길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보니 그랜저의 승차감과 또 다르다. 시승차는 3.5ℓ 가솔린 엔진과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을 갖춘 시그니처 트림에 풀옵션(4912만원)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울렁거림이 확연히 줄어든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주행 중 차량 움직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승차감과 조종성능 사이에서 핸들링 성능을 중시한다면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승차감에 치중한 준대형급차에서 K8 수준의 조종성능을 확보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서스펜션 감쇠력 변화의 폭도 커서 스포츠 모드에서는 도로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단한 느낌을 준다. 국산 준대형차 가운데 가장 스포티한 주행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차의 승차감을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K8 [사진=기아] 2021.04.12 peoplekim@newspim.com |
또 기아차 최초로 탑재한 영국의 대표적인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 브랜드인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훌륭했다. 저음과 중음, 고음을 각각 내는 3웨이 방식인데, 음 균형감과 해상력이 매우 높았다.
특히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를 A필러 달고 앞유리를 바라보게 해 지나치게 날카로울 수 있는 음을 정제한 것이 돋보인다. 그동안 저음과 고음을 내는 2웨이 방식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깜짝 놀랄 만한 사운드다.
현대모비스가 메리디안와 함께 만든 이 사운드 시스템은 선택사양으로 85만원에 달하지만 평소 음악을 즐겨한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다만 가정용 홈오디오 수준의 메리디안은 결코 아니다. 중급 이상의 유럽산 트위터 한 세트(2개)만 85만원은 훌쩍 넘으니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는 얘기다.
K8은 그동안 K 시리즈의 완결작이자,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향하는 기아의 야심작이라고 할 만하다. 모델별 가격은 2.5 가솔린 3279만~3868만원, 3.5 가솔린 3618만~4526만원, 3.5 LPI 3220만~3659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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