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미국 국무부가 한국 내 동결자금을 해제해 달라는 이란 정부의 요구에 대해 확고한 제재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이란을 방문 중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간)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 부통령이 전날 정세균 한국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문제 해결을 재차 요구한 데 대해 "대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종=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세균 총리가 이란 부통령과 회담 장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총리실] 2021.04.12 donglee@newspim.com |
자한기리 부통령은 11일 이란을 방문 중인 정 총리와 수도 테헤란에서 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란의 동결 자산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최근 3년간 한국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 불법적으로 부과한 제재를 따랐다"며 "이 때문에 양국 관계가 악화됐고 이란에서의 한국 위상과 지위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는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 가량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자금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동결됐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모든 제재에 대한 한국의 변함없는 지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을 방문 중인 정세균 총리는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이전에도 '이 돈은 이란 돈으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고 한 적 있다"며 "길을 찾아서 빨리 돌려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문제를 놓고 한미 간 미묘한 갈등기류가 흐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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