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이하 분조위)는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 투자원금 전액을 투자자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결론 짓고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권고다.
옵티머스는 2900명에 달하는 투자자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안정적인 정부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해 5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고 1000여명이 넘는 피해자가 생겼다.
지난달 25일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시행되면서 옵티머스 사태에 어떻게 적용될지 주목돼 왔다.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부당권유행위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일명 '6대 판매규제'를 천명한 금소법 취지에 따라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 계기였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민법 제109조에 근거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도록 결정했다. 분조위는 이전 라임사태에서도 '착오에 의한 취소' 법리를 원용해 피해자 구제를 이끌어 냈었다. '착오에 의한 취소' 법리는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착오에 대해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착오가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고, 그 착오에 투자자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취소권을 인정하는 법리다.
손실이 발생한 펀드에 대해 투자자가 계약을 취소해 원금을 반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오에 의한 취소' 법리는 소비자보호에 기여한다. 실제로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공공기관 발주 확정매출채권에 6~9개월간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상을 명시한 투자설명서에서 이 같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소비자들을 속여 펀드가 판매된 것이다.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 가능한 법리를 고려할 수는 있으나, 금감원 분조위는 입증책임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착오 취소 법리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기 책임하에 이뤄지는 투자에 대해서 손실이 났다고 해서 모든 계약을 취소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산을 운용하는 주체가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하고 그 피해를 떠안도록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결정은 타당하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금융소비자의 권리보호 측면에서도 지난달 시행된 금소법과 맥락을 같이한다.
금소법 시행으로 은행의 비대면 상품 판매가 대거 중단되거나 방대한 내용의 투자성향분석, 설명의무를 충족하는 상품설명서 고지 등 현장에선 고충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제2의 옵티머스 사태, 제2의 라임 사태가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소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필요는 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하고 금융소비자들은 힘들고 어렵게 모은 귀중한 투자금이 어이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조언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 김경렬 변호사 프로필
K&L태산 법무법인(현), 서울대 법대, 사시 46회, 법무법인 세종,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현), 금감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이의신청위원회 위원(현), 손해보험협회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심의위원회 위원(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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