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장외거래 기준 시가총액이 3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면서 고평가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국내 상위 2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것인데, 이를 두고 지나치게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장외시장서 카뱅 기업가치 '30조'
카카오뱅크는 19일 오전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주당 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6일 8만7500원에서 2.8% 오른 수치다. 올초(1월22일)와 비교하면 무려 38%(2만5000원)나 올랐다.
카카오뱅크의 장외거래 가격은 지난해 중순 13만원까지 치솟았다가 7만원까지 주저앉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올해 IPO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 장외주식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식의 판매 호가는 8만7000원~9만5000원 사이로 형성돼 있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주식 가격 [캡쳐=증권플러스 비상장 애플리케이션] |
카카오뱅크의 현재 장외거래 가격인 9만원을 발행주식수(3억6509만주)로 계산해보면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32조85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 2대 금융지주의 시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KB금융지주의 시총이 22조원, 신한지주가 19조원이다.
지난해 중순만 하더라도 증권가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5조6000억원~9조원 사이로 추정했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유상증자에 나설 당시 SK증권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9조원으로 책정했고 현대차증권은 5조6000억원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당시 평가를 기준으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는 3~6배 이상 고평가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에는 증권가에서 카카오뱅크가 시총 20조원 규모로 상장할 것으로 상향된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장외 시총과 비교하면 여전히 거품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카카오뱅크가 20조원의 기업가치로 상장한다면 주가순자산배율(PBR)은 10배에 육박한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PBR은 0.3~0.4배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PBR이 1배면 특정 시점의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은 경우, 이 수치가 낮으면 기업의 자산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반대로 PBR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높게 평가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펀더멘털이냐 거품이냐
카카오뱅크의 장외 시총 규모를 두고 지난해 IPO 열풍에 이은 기대감이 선반영 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시작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 크래프톤 등 IPO 초대어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현재 시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상태다. 이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관 청약에서 1000조원,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64조원의 증거금이 몰리는 등 IPO의 새 역사를 썼다.
특히 대어급 공모주의 경우 청약에서 적게는 1주도 손에 쥐지 못하거나 많아야 5주 안팎을 배정받기 때문에 장외주식 시장에서 거래가 치열하다는 점도 고평가 원인으로 꼽힌다. 공모주 청약 대신 장외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몰리다 보니 거품이 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의 뚜렷한 실적 개선세에도 고평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수신 24조6860억원, 여신 21조2640억원을 기록해 당기순이익 1136억원을 거뒀다. 매출액은 8042억원으로 전년대비 20.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1226억원으로 전년 132억원 대비 9배 가량 늘었다. 지난 2월 기준 카카오뱅크 MAU(월간 앱 이용자)도 1300만명에 달한다.
◆ "IPO 흥행 조짐...거품은 주의해야"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논란과 별개로 IPO 흥행을 점치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간 투자자들이 '공모주 대박'을 학습하면서 카카오뱅크에도 뭉칫돈이 몰릴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증시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62조원을 웃돌면서 실탄은 충분히 확보된 상태다. 앞서 카카오게임즈 역시 공모주 청약 당시 투자자예탁금이 60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의 공모주 청약까지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공모주 흥행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IPO 시장에서 마구잡이 투자는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종목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인데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계열사 같은 대어급 IPO는 역대급 자금 쏠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IPO 대어들이 상장 후 적정가치를 찾아가면서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카카오뱅크 주식 장외 거래, 공모주 청약 등에서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재우 삼성증권연구원은 앞서 핀테크 관련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다른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은행이라는 규제의 테두리 안에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장외 주식거래는 거래 물량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측면이 있어 기업가치를 적절히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해외 핀테크 업체의 상장 전후 상황을 고려해 봐도 카카오뱅크의 장외 시총 등 기업 가치는 적정선을 한참 벗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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