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에쓰오일 주가가 유가·정제마진 개선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시황 회복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정유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408억 원이다. 1개월 전(2024억 원) 대비 1400억 원, 3개월 전(1502억 원) 대비 1900억 원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낮은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높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2조 원대 영업 손실을 냈지만 올 1분기에는 342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에쓰오일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 충전소 전경 [사진=에쓰오일] 2021.01.28 yunyun@newspim.com |
정유사 실적 개선은 국제 유가의 상승 영향이 크다. 에쓰오일의 경우 국제유가 평균이 상승하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1600억~2200억 원 정도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제마진은 여전히 적자 상태지만 전분기 대비 상승하며 정상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1.7달러 대에 머물던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4월 셋째주 2.5달러대로 상승했다. 이에 1분기 실적 기대감도 큰 편이다.
그럼에도 에쓰오일 주가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일 에쓰오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6% 하락한 7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중순 급상승한 이래 꾸준히 우하향 추세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배터리 수주 확대 기대감에 반등한 것을 감안하면 상실감은 더 크다.
무엇보다 정제마진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로 볼 수 있다. 에쓰오일의 경우 피어그룹인 SK이노베이션, GS 등과 비교해 정유부문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월등히 높다. 지난해 에쓰오일의 정유부문 매출액 비중은 76%였다. 재작년 비중도 78%도 가량이다.
정유산업 자체가 쇠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투심을 약화시킨 요소다. 정제마진은 코로나19 타격으로 크게 하락했지만 이전에도 악화 추세였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앞두고 고유황중질주 마진이 급감하고 있고 자동차를 비롯해 산업 전 분야에서 에너지 소비 효율화가 진행되고 있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 또한 2018년 6395억 원, 2019년 4201억 원으로 하락세다. 여기에 코로나19 악재가 겹친 지난해엔 영업적자만 1조991억 원을 기록했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정유업계는 최근 대규모 설비 폐쇄를 발표했는데 설비 폐쇄는 단순 노후화보다는 수요 감소 영향이 크다"며 "폐쇄 사이클은 수급 악화를 의미하며 상위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을 지켜주는 요인일 뿐이다. 수요 개선 없이는 향후 4~5년 간 정유사 시황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정유 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 수요 회복 이후에도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개선까지는 최소 1년이 소요되리란 보수적인 전망도 나온다. 전 연구원은 "국내 정유사들은 항공유 생산과 수출비중이 높은데 항공 운항편수가 90~95% 이상 회복되기 전까지는 항공유 생산 회복이 제한적인 전망"이라며 "특히 한국은 수입국들이 자국 생산량을 소화한 후 수입을 재개하는 시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 하반기 유락 하락 가능성도 주된 변수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부터 OPEC+의 1년 만의 증산 선회, 미국 한파 충격 이후 산유량 회복, 이란 이슈 등으로 유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며 "2분기 이후로는 대규모 재고평가이익이 점진적인 손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정제마진은 반등할 수밖에 없지만 수요 개선 속도가 더디고 코로나 쇼크 이전 수준의 수요로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여 정유 이익 체력 정상화는 좀 더 지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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