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관영매체가 국제사회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무능하다는 질책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다.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14일 자국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개발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북한은)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3월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화면. 2020.03.13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그는 "북한에서 매일 신문과 라디오, TV 등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전달되지만 백신 소식은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도 19일 "북한 관영매체 기사를 분석한 결과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기사들 중 코로나19 백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기사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보도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와 관련해 "(해당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아마 북한 당국은 자국 주민들이 안심하거나 희망을 가지기 원치 않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도 "북한 내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 북한 주민들이 의문을 품을 수 있다"며 "북한 내 백신 관련 보도는 북한 주민들에게 '왜 우리는 백신을 맞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스 국장은 또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가 우리를 곤경에서 구해주러 온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심은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우방인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개발한 백신 소식도 보도하지 않는데, 이는 해당 국가들에 신세를 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올리비아 쉬버 외교 및 국방 정책 선임연구원도 "백신 도입이 북한 정권의 계획과 달라질 수 있어 북한이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북한 관영매체가 코로나19 백신의 존재를 발표한 후 공공보건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백신 도입을 망치게 되면 그 실패의 책임이 정권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저소득 국가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COVAX)를 통해 백신 170만 4000회 분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에드윈 살바도르 WHO 평양사무소장은 지난 10일 RFA와 인터뷰에서 "당초 오는 5월까지 북한에 백신이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지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WHO는 '코로나19 주간 상황보고서'를 통해 "지난 8일 기준 북한 내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지난 8일까지 총 2만 382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달 2~8일 사이 705명이 검사를 받았으며, 이 중 103명은 독감 유사질환이나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라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