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법원이 지난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피해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 정부가 여러 차례 밝히는 바와 같이 외교적 교섭을 포함해 대내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21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20명이 낸 일본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소송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춘희 할머니 사건과 달리 '국가면제'를 인정했다. 국가면제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관할권에 따르지 않는다는 일종의 국제법상 관습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04.21 dlsgur9757@newspim.com |
재판부는 "이 법원은 피해자들이 피고에 대한 재판청구권을 갖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에 의해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국제관습법과 우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외국인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국가면제의 예외범위를 확대할지, 확대한다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는 외교부가 밝힌 바와 같이 잠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각국도 자국의 외교정책과 국익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입법적 결단을 내리고 있다"며 "행정부와 입법부의 의사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매우 추상적인 기준을 가지고 예외를 창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해자 할머니들은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아 항의하는 취지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송달협약 13조를 이유로 소장 송달을 거부했고,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로 소 제기 3년 만인 2019년 11월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한편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의 피해자가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일본의 불법행위를 인정해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피해자 할머니들과 일본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된 상태다.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해 선고를 들은 이용수 할머니는 울먹이면서 "재판 결과가 잘됐든, 잘못됐든 저는 국제사법재판소로 간다"며 "이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짧은 입장을 남긴 뒤 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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