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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실검폐지 두달' 독이 아닌 약이 되려면...

기사등록 : 2021-04-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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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종서 기자 =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가 사라진지 두달이 지났다. 엄밀히 말하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6년여간 운영해오던 실검이 지난 2월 25일부로 폐지됐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이보다 1 년 앞서 지난해 2월 실검 게재 중단을 결정했다.

박종서 디지털뉴스부 차장

전국민이 매일 접속한다는 네이버가 실검을 폐지한지 두 달이 지난 지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과거에는 실검 순위에 오른 키워드만 클릭하면 바로 관련기사를 통해 이슈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민의 관심사를 한눈에 볼 수 없어졌다. 정치·경제·사회·연예·스포츠 등 각 분야의 핵심 내용도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예컨데 동학개미들이 큰 불편함을 호소한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인한 주가 폭락, 그 이후 유동성 장세로 인한 주가 폭등에서도 실검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었다. 실검 순위에서 절반 이상이 상장종목이 차질할 정도였다. '주린이'(주식+어린이·초보 투자자를 뜻하는 신조어)는 어떤 종목이 이슈가 되고 있는지 실검에 오른 종목을 보고 체크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실검 폐지에 따른 주린이의 답답함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재, 지진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빠른 정보 파악이 힘들어졌다. 실검이 존재했다면 관련 키워드가 쏟아져 나오며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연예, 스포츠에 관심이 높은 네티즌들도 불편 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날 예능프로그램을 보지 않아도 검색어에 뜬 인물만 클릭하면, 누가 어떤 발언을 했고 왜 이슈가 되는지까지 쉽고 자세히 알수 있다.

기사 공급자인 언론 입장에서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특히 클릭수 저하에 따른 온라인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동안 온라인 미디어 시장에서 병폐로 여겨졌던 소위 '어뷰징' 실검 기사를 쓰는 게 불가능해졌다. 실검 기사는 언론사 입장에선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검색어를 클릭했을 때 첫 페이지에 기사가 노출되면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물론 본지를 포함해 몇몇 언론사들은 그동안 실검 기사를 전혀 생산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소 인터넷 매체부터 대형 언론사까지 대부분 매체는 앞다퉈 검색어에 오른 내용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렇다고 불평만 할 수는 없다. 온라인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소규모 인터넷 매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를 볼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어뷰징 기사' 의존도가 높은 매체일 수록 타격이 큰 데다 회사가 존망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이에 따른 언론 생태계의 변화도 감지된다. 앞으로 매체 경쟁력은 곧 질 높은 콘텐츠란 등식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 입장에서도 '어뷰징 기사'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취재기사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더이상 실검기사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고 인터뷰, 심층보도, 기획기사 등을 위해 보다 노력해야할 것 같다"며 "앞으로는 매체간 실력차가 보다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이버는 실검 폐지 이유에 대해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트렌드 변화에 맞췄다"며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통계 분석 서비스 '데이터랩'을 고도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이터랩은 빅데이터를 분야별, 성별, 지역별, 연령대별, 기간 등의 기준으로 통계 분석한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분석한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보다 세분화 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아직 실검 폐지가 이용자들과 언론매체에 '독'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용자들에게 '능동적인 검색기능 활용', 언론 매체에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 이란 '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jspar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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