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국내 한 제약사가 오는 8월 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대량 위탁생산을 맡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개발된 '스푸트니크V'는 아니다."
최근 방역 당국이 '8월 백신 대규모 위탁생산'을 언급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수수께끼를 냈다. 구체적으로 제약사와 백신을 밝히지 않자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이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요동쳤고 국내 어느 제약사가 해외 어떤 백신을 생산하게 될 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거론된 업체들은 이를 부인했다. 정부는 뒤늦게 계약이 확정되면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수습했다.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결과적으로 이 발표는 성급했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고객사가 가진 의약품 제조 과정의 기밀 사항을 전달받기 때문에 특히나 기밀 유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진행중인 기업 간 계약을 공개해 놓고 백신을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에 이어 얀센 백신도 부작용이 발생한 데다가, 모더나를 비롯해 선구매한 백신의 도입이 늦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백신 수급이 급해지자 정부가 백신 도입을 준비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불문율이 생겼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관련한 발표를 내놓으면 주가가 오른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주가 상승의 재미를 본 기업들은 너도나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최근에는 남양유업이 자사 제품 불가리스 발효유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키고 예방한다는 황당한 발표를 내놓아 빈축을 샀다.
이 회사는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불러 일으켜 죄송하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세포실험은 시험관과 같은 도구에 세포를 배양해 효력을 확인하는 단계다. 의약품의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 전 단계인데, 극단적인 예로 시험관에 락스를 넣어도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있다. 당연히 바이러스 사멸 효과가 있다고 해서 사람을 대상으로 락스 임상시험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발표 직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28.6% 치솟았고, 당국은 제재를 가했다. 식약처가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정부는 남양유업 사례에서 식약처와 같이 필터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국민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여야지, 없는 혼란을 만들고 키워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유행이 1년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치료제·백신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고,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발을 담그려 하고 있다.
당국은 국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스크리닝(점검)해야 한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로 혼란을 초래해선 안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발표와 관련, "정부가 확정되지 않은 계약을 너무 빠르게 공개하면서 시장을 흔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없던 혼란이 생기도록 판을 깐 정부가 이번 일과 관련해 새겨야 할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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