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이 기사는 4월 23일 오전 03시55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본이득세율을 최대 2배 인상하는 세제 개혁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월가가 초긴장 상태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부유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올리면 장기 투자자들이 세제 변경 전 주식을 팔아치울 유인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세제 변경을 추진하더라도 의회 통과가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부유층을 대상으로 자본 이익 세율을 최고 39.6%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투자 소득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 누진 소득세를 감안하면 부유층에 대한 과세율은 43.4%에 달하게 된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러한 세제개혁이 통과되면 소득 100만 달러 이상 미국인에게 적용되는 자본이득세율이 현재 20%에서 39.6%로 오르게 된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해당 보도는 미국 주식시장을 곧바로 흔들어놨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00포인트까지 낙폭을 늘렸다. 대형 기술 기업의 실적 기대로 장 초반 상승하던 나스닥 종합지수도 하락 전환했다.
월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세제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에 주식시장에서 매도 유인이 커졌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부유층으로 분류되는 '큰손'들이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 역시 월가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 넣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수석 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통신에 "이것은 올해 매도에 대한 유인을 높일 것"이라면서 "다음 해부터는 매도세가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자금을 굴릴 다른 것을 찾으면서 매수 의욕도 꺾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크레셋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잭 애블린 창업 파트너는 CNBC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제안은 100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들의 자본이득세율을 두 배로 인상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비용 증가로 투자자들이 내년 이러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면 주식을 매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지펀드 그레이트 힐 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스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면 주식시장은 2000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 참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이 월가의 예상보다 훨씬 파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퍼시픽 라이프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맥스 고크먼 자산 배분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나는 사람들이 자본이득세율 인상안을 공개할 것이라는 데 누구도 놀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일찍, 커다란 규모로 할 것이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크먼 책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일 거래량에 있어 지배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만, 부유층이 대부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새미어 사마나 선임 시장 전략가는 "이것이 시장에 덜 친화적인 정책의 시작이라면 이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덜 우려하지만, 자본이득세 인상이 강화된 기준에서 나올 것을 더 우려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처럼 공격적인 자본이득세율 인상이 실제로 현실화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현재 연방의회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같은 수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 의장직을 겸해 캐스팅보트 권한을 쥐고 있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댄 스즈키 부CIO는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라면서 "현 상태에서 이것이 (의회를) 거의 통과할 것 같지 않아 매우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자본이득세율 조정안의 세부안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MAI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그리잰티 수석 주식 전략가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면서 "이것이 1월 1일 소급적용 될 것인가? 그렇다면 당장 주식을 팔 필요가 없을 수 있다. 이것이 내년부터 시작한다면?"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리잰티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세금이 오를 것이라는 점과 우리가 부양책으로 지출해오던 모든 자금에 대해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