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리뷰(재검토)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선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와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발표될 가능성에 대해 "미국과는 계속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대북정책 발표가 언제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뉴스핌 DB] |
다른 당국자는 "(대북정책 리뷰 결과는) 곧 나올 것"이라며 "다만 한미 정상회담 이후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발표가 늦어지는 배경에 대해 미국 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 간 대북정책 입장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美 전문가들 "한·미 대북정책, 대화·화해 vs 비핵화 등 많은 차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미 간 대북 정책에 많은 차이가 있다며 "한국은 대북 대화와 화해를 우선시하는 데 비해 미국은 비핵화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고 미국은 대북 제재와 압박을 중시하는 데 반해 한국은 대북제재 완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한국은 한국전 '종전선언'이 비핵화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지만 미국은 비핵화만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고 있고, 한국은 북한인권 문제를 경시하지만 미국은 이를 외교정책에서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일본 인도 호주와의 비공식 안보협력체 쿼드(Quad) 및 쿼드 플러스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조하며 사실상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데,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한국은 쿼드 지지에 미온적인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미국 해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북한과의 대화할 것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미국 역대 정부들은 대북정책에 대북 대화와 협상을 늘 포함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식회담 전의 실무차원의 외교적 만남조차 거부하는 것은 북한 측"이라며 "미국에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미북 교착상태의 책임을 엉뚱한 나라에 묻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문대통령 "대북정책, 싱가포르 합의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야"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자 NYT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조언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일간지 NYT와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지난 1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판단이 일본 쪽으로 기울어지게 될 것을 우려하고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잘리나 포터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가 몇주 안에 나온다고 한 지 한달이 넘었다. 한국 대통령이 5월 말에 올 때까지 미 행정부가 기다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둘 사이에 관계가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재검토에 구체적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철저히 부처 간 검토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포터 부대변인은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대안 뿐 아니라 지속적인 압박조치 이행을 포함하는 철저한 부처 간 대북정책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뒤에 재검토 결과가 공개되냐는 질문에 즉답은 피하고, 예상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대북정책 재검토 완료 시기에 대해 "우리는 다자 이해당사자 간 대북정책 검토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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