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가 소유 '농지(밭)'를 매수해 '대지'로 변경하기 위한 공사에서 대량의 폐기물이 발견된 경우 하자있는 토지를 매도한 국가가 처리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12년 7월 국가 측 업무수탁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경북 울진군에 있는 토지 808㎡를 매수한 뒤 2014년 3월 아들 B씨에게 증여했다.
이후 해당 토지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고 지목을 '전(밭)'에서 '대지'로 변경한 뒤 굴착공사를 하다가 약 1~2m 깊이에 매립된 폐합성수지와 폐콘크리트 등 약 331톤의 폐기물을 발견했다.
이에 A씨는 매립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총 6090만여원을 국가가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국가는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를 정상적인 토지로 매도했고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 하자담보책임에 따라 폐기물 제거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1심은 "이 사건 토지에 매립된 폐기물의 내용과 수량, 매립위치, 처리를 위해 소요된 비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보면 고액의 처리비용이 소요되는 폐기물이 매립돼 있는 것은 매매목적물이 통상 갖출 것으로 기대되는 품질 내지 상태를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국가가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가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폐기물을 무단으로 매립했다거나 제3자가 무단으로 매립한다는 사정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없다고 봤다.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토지를 매도할 당시 폐기물 매립을 전혀 알지 못했던 점, 폐기물 처리비용이 토지 매매대금을 초과한 점 등 사정을 고려해 전체 손해의 70%로 제한했다.
국가 측은 이에 불복해 "A씨가 B씨에게 토지를 증여한 후 지목변경을 위한 굴착과정에서 폐기물 매립사실을 알게 된 것이고 국가는 B씨에 대해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A씨가 지출한 비용과 토지 하자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때 발생하는 것이므로 A씨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국가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인도받은 때 발생했다"며 "이후 A씨가 토지를 B씨에게 증여했다는 사정만으로 하자담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거나 수증자에게 양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매매계약 당시 밭으로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대지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보증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밭인 상태에서도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굴착이 이뤄질 수 있고 A씨가 밭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폐기물이 식물 재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1심과 같이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도 "원심 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손해의 개념과 손해배상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국가 측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