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디지털 뉴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데이터댐 역시 일자리 창출과 무관하지 않다. 데이터를 공급하고 이를 활용해 산업화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정부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당장 절실한 일자리 숫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미래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라도 인재양성, 산업간 조화 등 정부와 민간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정부의 빅데이터댐 등 디지털 뉴딜 산업은 단순 데이터 가공 일자리보다는 산업활성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2021.05.03 biggerthanseoul@newspim.com |
◆ 일자리 성과 4만명 중 3만명은 데이터라벨링 집중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2020년 디지털 뉴딜 주요 성과에 따르면, 디지털 뉴딜 1조6000억원 투자(인재양성·디지털 포용 포함)를 통해 중소기업 1만개사를 포함한 1만2000개 기업·기관, 4만9157여명의 인력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일자리 4만9157개 가운데 데이터댐을 통한 일자리는 4만105개에 달한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산업을 겨냥해 정부가 꺼내든 데이터댐은 일자리 수만으로는 단기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문제는 해당 일자리가 경력을 인정받아 개인의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일자리인 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4만여개의 데이터댐 일자리 가운데 3만개 가량이 데이터라벨링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4만여개 가운데 데이터라벨링이 3만개, 나머지 1만개 정도는 데이터 생산, 유지 등 데이터 전반에 걸친 일자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라벨링은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가공하는 작업으로 IT업계에서는 전문 기술이 필요없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로 알려져있다.
초기 데이터댐 사업 특성상 라벨링 작업이 우선돼야 하나, 프로그램 개발자에 대한 높은 처우에 비해 데이터라벨링 인력은 낮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업무에 따라 급여 수준 역시 천차만별이라는 불만도 이어진다.
과기부 관계자는 "데이터 라벨링 분야나 업무 특성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수는 업체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반적인 프로그램 개발자에 대한 수준별, 경력별 처우 기준이 있는 것과 달리, 이들에 대한 보수 책정에 대해서는 특정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미래 산업 위한 10만명 IT맨 양성 가속화…실효성은?
과기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인공지능·소프트웨어 핵심인재 10만명 양성'에 팔을 걷었다. 당장 필요한 데이터라벨링 일자리 뿐만 아니라 향후 인공지능 산업화에 대응해 인재를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이다.
조경식 과기부 2차관은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사업을 통해 정부는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을 41개까지 설립하고 2025년까지 전공인력을 2만5000명까지 늘린다. 14개까지 확대한 인공지능 대학원을 통해 석·박사 과정 인재를 2025년까지 1820명 이상 양성할 계획이다. 교원 역시 2024년까지 모두 222명 확보할 예정이다.
연구실을 포함하는 스타랩은 42개까지 확대한 상태다. 오는 2025년까지 석·박사급 연구원을 700명 이상 양성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인공지능 산업시대에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창출해낼 수 있는 인재를 충분히 확보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별로 학내 시스템, AI에 대한 인식 등이 각기 달라 변화 속도가 각기 다르다는 게 문제다. 더구나 이공계열과 인문학계열간 융복합은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김형식 충남대 교무처장(SW중심대학 책임 교수)은 "IT, 데이터,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단순히 이공계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문학계열 역시 인공지능을 알지 못하면 미래 산업을 뒤따라갈 수 없으며 오히려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비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 IT이고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W 중심대학이나 AI 대학원, 스타랩 등이 기술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미래 신산업을 이끌어낼 수 없는 만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산업의 확장성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한 미래 일자리…관건은 전통산업·신산업간 조화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캔지(Mckinsey)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로 인해 2030년까지 미국 등 8개 국가에서 1억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 예측됐다. IT, AI 등 자동화 기술 시대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저소득 층이나 여성 근로자들의 경우, 직업 전환이 쉽지 않아 위험 수준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미래산업 일자리변화 인식 조사' 설문 결과를 보더라도 응답자의 43.4%는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고 39.6%는 소폭 줄어든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이 미래 산업 사회에서 일자리 감소를 내다봤다는 얘기다.
복합적인 요인이 크지만, 일자리 전문가들은 AI 등 IT 분야의 급격한 변화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도 디지털 뉴딜을 통해 산업의 디지털화를 지향하고 있다.
다만, 모든 산업을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전통적인 산업 문화를 살리는 동시에 이를 통한 데이터 생산의 방식을 접목시켜야 변화에 따른 일자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준배 한국앨셀러레이터협회장은 "전통적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그대로 추진하면서 소비자와 사회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내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이후에 그 산업이 갖고 있는 특이점을 이용해 데이터를 생산해낼 수 있는 지를 따져 디지털 산업에 접목하고 확대시키는 작업을 해야 단순 개인 사업자에서 기업이 되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하 보다 대표는 "데이터 축척은 쉬운 작업은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에 담기 위한 표준화작업에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 확대를 위해 우선 IT 개발자 등 다각적으로 인력풀을 대비한다면, 우리나라가 그동안의 IT 강국에서 AI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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