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내년 대선까지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선장으로 '비문' 송영길 의원이 당선됐다. 처음으로 '친문'이 아닌 당대표가 들어선 만큼 당청관계에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4·7 재보선 패배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부동산 문제를 놓고 당이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 2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회의에서 총 득표을 35.60%를 얻어 홍영표(35.01%), 우원식 후보(29.38%)를 제치고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신임 대표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난을 전달하고 있다. 2021.05.03 kilroy023@newspim.com |
친문 대표주자로 나선 홍영표 의원과는 불과 0.59%포인트 차이였으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됐다.
친문 후보였던 홍영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지키기'를 강조하면서 민주당의 단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고, 우원식 후보도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박근혜 정부 계엄령 재수사', '부동산 정책기조 유지' 등을 주장하면서 친문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송 신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쇄신'과 '유능한 개혁'을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과 검찰개혁 등 당·청이 그간 밀고 온 정책 기조에 변화를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청와대 간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송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지난 4월 7일 민심의 매서운 심판을 받았지만 아직 민주당에 애정을 가지고 변화를 바라며 투표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의 여망을 깊게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강한 회복과 도약을 위해 앞장서 가겠다. 유능한 개혁, 언행일치 민주당을 만들어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며 "우리 함께 4기 민주정부를 여는 311일의 대장정에서 승리하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 가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가 쇄신을 강조해온 만큼 대출조건 완화와 세제 완화 등 부동산 정책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송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90%까지 상향할 것을 제안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크게 완화할 뜻을 분명히 해왔다.
또한 민심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슈에 대해 더 발빠르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로서는 연일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당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다만 송 대표가 즉각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보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정권 재창출의 필수조건인 만큼 정부의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당 대표는 비문인 송 대표가 당선됐지만 친문 홍영표 의원과의 격차가 크지 않고 최고위원은 김용민, 강병원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득표율 1, 2위를 기록하며 당선, 여전히 강성 친문 당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차기 주자를 중심으로 당이 더 주도권을 쥐고 청와대와 선 긋기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전당대회 축사를 통해 "서로 배제하고 상처 주는 토론이 아니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토론이 돼야 한다. 단합해야만 유능할 수 있다"며 "우리가 먼저 성숙해져야 국민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자. 국민의 손을 더욱 굳게 잡자"며 "이제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우리는 다시 원팀이 돼 대한민국의 강한 회복과 도약 위해 앞서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신임 송영길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1.05.02 dlsgur9757@newspim.com |
문 대통령은 이날 송영길 신임 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 대표 당선에 대해 축하인사를 전하고 향후 원만한 당청관계를 당부했다.
또 이철희 정무수석을 통해 긴밀한 당청 간 소통을 이어가며 임기 마지막해 국정운영을 당과 함께 가길 희망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취임인사차 국회를 찾은 이철희 정무수석을 만나 "조금 전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전화를 주셔서 저에 대해서 축하의 말씀이 있었다"며 "따뜻한 축하의 말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정청은 같은 원팀으로 우리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을 무한 책임진다는 자세로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원팀'을 강조했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늘 하신 말씀이 지금부터는 당이 주도하는 게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고 다만 당정 갈등이 있는 것처럼, 당정 간 불협화음이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 국민이 불안해 하니까 그런 일 생기지 않도록 정무수석이 항상 국회에 가서 살다시피 하면서 의견을 청취하고 잘 소통하는 역할하라고 말씀 주셨기 때문에 부지런히 송영길 대표를 쫓아다니겠다 자주 전화 드리겠고 찾아뵙고 필요한 말씀 듣고 필요한 말씀 전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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