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우리 측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북정책의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고 북한의 반발도 여전한 만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넘어야 할 산은 높아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grand bargain) 달성에 초점을 두지도, '전략적 인내'에 의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뉴스핌 DB]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3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외교·개발 장관 회의가 열리는 영국 런던에서 한국·일본·영국 외무장관 등과 회담을 가진 뒤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외교에 중심을 둔 매우 분명한 정책을 갖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관여할지 안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에 달려있다"고 북한에 공을 넘겼다.
그는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기회를 잡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말뿐 아니라 실제 어떻게 하는 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미국이 큰 틀에서 제시한 새로운 대북정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여러 통로로 우리 측과 소통하며 조율한 것이 많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비핵화' '외교' '실용적' 등의 단어가 등장한 것을 우리 측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청와대는 특히 그동안 언론에서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잘못됐다는 점을 짚었다. 결과가 나와보니 엇박자가 아니라 잘 조율된 형태였다는 주장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세계 뿐 아니라 한국에도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었다"며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환영한다"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가 환영의 뜻을 나타냈듯이 우려했던 한미 간 엇박자는 없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신 대북정책에 구체적 방안이 아직 제시되지 않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 후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북미 간 대화를 위한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에 대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강조한 지난달 28일 의회연설과 관련, 불쾌감을 나타내며 '상응한 조치'를 경고하는 담화를 잇달아 발표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았다.
청와대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를 중시하는 실용적 해법을 제시했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등이 즉각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또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도 별로 없어 북한의 반발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때문에 오는 21일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중재하면서도 코로나19 백신협력도 받아내야 하는 어려운 형국에 처해있다. 반면 미국의 관심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나타났듯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중국 견제'가 최우선이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 의견이 많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임기를 1년 남긴 문재인 정부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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