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파운트의 주요 자회사가 금융당국 몰래 다른 회사를 설립하고 주식을 취득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자회사는 해당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까지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파운트의 자회사 파운트투자자문에 대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으로 과태료 1600만원, 임원에 대한 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파운트투자자문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인 파운트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로 지난 2016년 설립됐다. 대표이사는 현 파운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김민복 대표가 맡고 있다.
[사진=파운트 공식 블로그] |
파운트투자자문은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자회사를 설립해 주식을 100% 취득했다. 현행 금산법은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금산법은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했을 경우, 해당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운트투자자문은 같은 해 9월 자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까지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 몰래 자회사를 설립하고 주식을 100% 취득했음에도 의결권까지 행사하는 등 금산법을 무시한 셈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해 지난 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안건을 보고했다. 금융위는 심의 끝에 파운트투자자문에 과태료 1600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금산법상 금융위 승인 없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했을 경우 최대 2000만원까지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파운트투자자문이 해당 법의 2개 조항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과태료 최대액에 가까운 조치를 내렸다.
이 문제를 두고 금투업계는 별다른 실익이 없음에도 굳이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자회사를 설립 및 주식 취득 후 의결권까지 행사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트가 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하지만, 파운트의 자회사가 금융위의 승인 없이 자회사를 세우고 주식을 100% 취득한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투자자문사 등 금융회사 중에 비슷한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례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운트 측은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자회사 설립 과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진행했다가 발생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기본적인 법률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추진했다는 것인데, 파운트가 몸집을 불리는 데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파운트의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은 지난 3월말 기준 누적 가입자 22만명, 관리자산액 8600억원 수준이다. KB증권, 메리츠자산운용, 우리은행, 삼성생명 등 20개 기관에 파운트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자회사로는 파운트투자자문, 파운트에이아이 등이 있다.
파운트 측은 "당초 파운트가 자회사를 설립하려던 것인데 법적 사항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금융위의 승인 없이 파운트투자자문의 자회사를 설립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며 "이에 대해 금감원 등으로부터 문제를 통보받고 현재는 사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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