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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부동산 세제안…양도세 폭탄에 매물 줄고 집값 오르고

기사등록 : 2021-05-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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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까지 재산세 감면' 결론 못 내…종부세·양도세 '당내 반발'
6월부터 14억 벌면 9억 양도세…세금 폭탄에 증여로 돌아서
서울 집값 15주만에 최대 상승…"매물 잠겨 집값 더 오를 것"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연기되자 시장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애초 부동산특위에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대출 등' 부동산 문제를 폭넓게 다루겠다고 했지만 당장 다음달 1일이 과세기준일인 재산세의 감면대상 확대 여부도 정해지지 않아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감면을 기대했던 다주택자들의 실망이 커졌다. 다음달이 지나면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증여로 대폭 선회할 것인 만큼 매물 잠김과 집값 상승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집값 15주만에 최대 상승…'9억까지 재산세 감면' 결론 못 내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집값은 오름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다음달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증여로 돌아서면서 주택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0% 올랐다. 지난 2월 첫째주(0.10%) 이후 15주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지난주(0.09%)에 비해서는 0.01%p 뛰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후 오름폭이 커지는 추세다. 앞서 2·4대책이 발표됐던 지난 2월 첫째 주(0.10%)부터 이달 첫째 주(0.05%)까지는 상승폭이 둔화됐다. 하지만 오 시장이 취임한 후 4월 둘째주 0.07%, 셋째주·넷째주 0.08%, 5월 첫째주·둘째주 0.09%로 상승률이 점차 가팔라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 완화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여럿 올라왔다. 청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원활한 기능을 막는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은 명백하게 실패했다"며 "양도세 중과세 등 악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애초 논의될 내용은 ▲재산세 감면 기준 상한선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무주택 청년층 대상 주택담보대출(LTV) 한도를 90%로 상향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LTV 90%' 완화안과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추가 유예할지 여부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1주택자 실수요자 보호가 우선인 만큼 다주택자 규제는 검토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 6월부터 14억 벌면 9억 양도세…세금 폭탄에 증여로 돌아서

세금 감면을 기대했던 다주택자들의 실망감은 높아지고 있다. 2주택자들은 다음달 1일부터 양도세율에 20%포인트(p) 중과가 시행되면 중과가 없을 때보다 양도세가 2배 가량 급증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이 양도차익 금액별로(2주택자 기준) 세율에 따른 부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양도세가 크게 뛴다.

시뮬레이션은 ▲양도세 중과가 없을 때(기본세율) ▲5월 31일 이전 매각(기본세율+10%p) ▲6월 1일 이후 매각(기본세율+20%p)으로 나눴다. 보유 기간은 10년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5.21 sungsoo@newspim.com

예컨대 양도차익이 4억5000만원인 경우 양도세 중과가 없으면(기본세율) 세금이 1억2936만원이다. 하지만 이달 31일 이전 매각하면 양도세율에 10%p 중과가 붙어 세금이 2억1818만원으로 뛰며, 다음달 1일부터는 2억6741만원으로 늘어난다.

양도차익이 14억5500만원으로 커지면 세금 차이는 더 커진다. 이 경우 양도세 중과가 없으면(기본세율) 세금이 5억300만원이다. 하지만 이달 31일 이전 매각하면 세금이 8억682만원으로 3억원 넘게 늘며, 다음달 1일부터는 9억6659만원으로 1억6000만원 가량 더 커진다. 불과 하루새 세금이 1억6000만원이나 커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는 대신 증여를 택하고 있다. 높은 양도세를 내는 것보다 증여해서 자녀가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내고 시세차익을 누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28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아파트 증여 건수는 812건으로 지난 2018년 6월(832건)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높다.

올해 1분기 강남구 아파트 증여 건수는 1006건으로 작년 1분기(406건)의 약 2.5배 수준이다. 다주택자의 매물도 예상보다 적었다. 강남구는 올해 1분기 935건의 아파트 매매가 이뤄져 증여 건수(1006건)에 못 미쳤다.

◆ 서울 집값 15주만에 최대 상승…"매물 잠겨 집값 더 오를 것"

다음달이 지나면 매물 잠김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매도보다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양도세보다 증여세가 더 비싸지만, 어차피 향후 증여할 계획이라면 양도세를 낸 후 또다시 증여세를 내는 것보다 증여세 한 번으로 줄이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집주인들이 당장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더라도 결국 나중에는 증여세 또는 상속세 형태로 내게 돼 있다"며 "(양도세와 증여세를 이중으로 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증여는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서울 아파트 매물부족이 극심해져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달 말까지 보유세, 양도세 인상 등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나올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매물이 보유세 중과 영향으로 다음달 전에 일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작년 6~7월에 거래량이 폭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3040세대가 다주택자 매물을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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