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국내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전초 기지가 구축된다. 국내 기업들이 mRNA 백신 개발 연합 체계 논의가 진행되면서다. mRNA 백신 연구가 아직 기초 단계라 정부의 지원 없는 자체적인 신기술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큐어백 코로나19(COVID-19) 백신 후보물질 접종받는 임상시험 참가자. 2020.06.22 [사진=로이터 뉴스핌] |
25일 제약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인 에스티팜,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기업이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대, 포스텍, 명지의료재단 등 학계·의료계도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체계를 논의하고 있는 회사들은 mRNA 백신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올해 초부터 mRNA 백신 연구를 사업 방향으로 잡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지주회사로서 여러 회사, 정부와 힘을 모으고 있다"며 "백신 기술의 축적, 식물 단백질 기반의 코로나19 백신 사업화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혁신적 결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사이언스의 원료의약품 계열사인 한미정밀화학은 이미 mRNA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리피드(mRNA 백신 제제 원료) 합성에 성공했다.
에스티팜 역시 지난해 11월 mRNA 항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DMO)과 mRNA 기반 자체 신약 개발을 선언했다. 에스티팜은 mRNA 분자를 안정화하는 핵심 기술인 5' Capping 기술의 독자화에 성공, 지난해 10월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글로벌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mRNA 백신은 mRNA와 이를 보호하는 LNP(지질 나노 입자)로 구성된다. 에스티팜은 자체 LNP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지난 4월엔 코로나19 백신 용도의 LNP 플랫폼 기술도 도입했다.
진원생명과학은 mRNA 의약품 관련 대표 연구기관 중 하나인 미국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Houston Methodist ResearchInstitute, HMRI)과 협력해 임상 등급의 mRNA 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등 개발을 하고 있다.
mRNA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 임상시험에 진입한 국내 업체는 없다. 이번 기업·학계·의료계 연합 체계 구축을 계기로, mRNA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평가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전날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mRNA 백신 개발 관련 현재 일부 기업이 비임상시험 중에 있으며, 하반기부터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임상단계 진입 등 개발단계를 고려해서 집중지원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단시간에 자체적인 mRNA 백신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 백신을 개발에는 통상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국내에선 mRNA 백신 연구가 기초 연구 단계 수준인 탓이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등장한 신기술로, 이 방식으로 상용화 된 제품은 미국 제약사의 화이자, 모더나 백신뿐이다.
결국 획기적으로 개발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선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RNA 백신은 상당히 고도의 기술로, 단기간에 기술을 따라잡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가 주도해서 컨소시엄을 끌고 가야 한다. 백신 사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이다. 초기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고 실패 위험도 높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의 경우에도 해당 기술을 이전하고 생산 시설을 세팅 하는데만 최소한 6개월이 걸린다"면서도 "더구나 mRNA 백신은 DNA 백신과 차별화 되는 새로운 기술이다. 선진국에서 빠르게 백신 개발에 성공한 배경도 미국의 초고속 작전, 영국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mRNA 연구가 기초 단계라 국내 업체에서 mRNA 백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