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삼성중공업이 국내 조선 3사의 선박 수주 릴레이 속에서도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장기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삼성중공업은 분기 어닝쇼크와 무상감자, 유상증자 등의 이슈로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있다.
하지만 올해들어 수주 실적이 좋아지면 내년 이후 기대는 높아진다. 현재의 수주가 매출로 반영되는 오는 2023년부터는 상황이 반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당초 올해 계획한 연간 상선 부문 수주 목표인 46억 달러를 초과하는 51억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 3월 2조80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낸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1만5000TEU 컨테이너선 20척을 수주하며 단일 선박 건조 계약으로는 세계 조선업 역대 최대 규모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전경 [제공=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량은 78억 달러다. 이 중 46억 달러가 상선 부문이고 32억 달러는 해양플랜트 부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30%까지 낮춘 해양플랜트 비중을 올해 41%까지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3사 중 가장 해양플랜트 비중이 높다.
다만 올해 첫 해양플랜트 설비 입찰에서는 국내 경쟁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 밀려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은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브지오스 프로젝트 원유생산 설비 입찰에 참여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지 못했다. 반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입찰에 참여해 2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역시 삼성중공업이 노리고 있는 2조원 규모의 나이지리아 해양플랜트 수주도 연말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분기 어닝쇼크와 무상감자, 유상증자 결정에서 비롯된 주가 하락은 당분간 반등이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일 발표된 삼성중공업 1분기 실적은 처참했다. 1분기 영업손실은 506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는 무상감자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계획도 밝혔다. 이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해 지난 3일부터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반전 의지는 어느때보다 강하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결정이 결국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선박에 대한 투자와 사업장의 디지털화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다.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하면 올해 말 부채비율은 198%로 줄어들어 지난해 말 248% 보다 낮아지게 된다. 재무건전성 악화는 선박 수주 계약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먼저 개선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조선업 시황이 전반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만큼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내후년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수주한 선박 계약은 오는 2023년에나 매출이 발생한다. 그 때까지는 곧바로 실적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뼈를 깎는 재무개선 노력과 더불어 기다림 뒤의 정상화 기대감은 높아져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23년에는 매출 8조원이 발생하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라며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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