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재개발·재건축 지역으로 투기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는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사업이 본격화되기 이전 시기로 기준일을 앞당기면 투기수요들이 쉽게 유입되지 못할 것으로 보여 투기수요 차단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재산권 행사 제약으로 사업지 내 실거주자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는만큼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재건축 규제 완화 위한 사전작업?...조합원 자격 시기 조정안 내놓은 오 시장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이어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조정안을 내놓았다.
오 시장은 25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건의사항으로 재개발은 조합설립인가를 기준으로 재건축은 안전진단 평가 판정 이후로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는 시기를 앞당길 것을 제안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조합원 자격은 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인가 후이고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이며 이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된 아파트나 건물의 입주권 및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는 시기를 전후로 해당 지역에 대한 투기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관리처분계획인가나 조합설립인가 시기는 이미 사업이 어느정도 진척된 상황이어서 투기 수요가 해당 지역 매입에 나서는데 부담이 덜하다.
조합원 자격 시기를 앞당기게 될 경우 투기수요 유입을 줄어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가격 상승폭이 적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은 법률로 규정돼 제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아직 국회에서는 법안 개정 움직임은 없지만 향후 관련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입법 요구사항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아직 조합원 자격 제한 강화 입법 요청이 오지 않았다"며 "오늘 오후 당내 부동산특위에서 서울시와 합동회의를 여는데 회의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자격 기준 강화에 나선 것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 취임한 이후 서울 집값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로 인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려는 차원에서 투기수요 차단 방안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여진다.
◆ 일부 투기수요 유입 차단 효과 있을 것...재산권 행사 제약 피해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제안한 방안에 대해 투기수요 유입을 막는 효과가 일부분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근거가 되는 개정안이 마련될 경우 통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조합원 자격 기준일을 앞당기더라도 현재처럼 기준일 전후로 투기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 초기단계로 기준일을 앞당기는만큼 장기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전보다 투기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여야 모두 투기수요 차단이라는 목적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만큼 논의 과정에서도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나타나는 집값 상승을 막는 안전장치로 일정한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 "여당의 정책 기조와도 맞는만큼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격제한이 강화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합원 자격 획득 시점이 앞당겨지면 부득이한 사정으로 재건축 주택이나 재개발 부지를 팔아야 하는 개인은 이를 팔지 못하는 시기가 기존보다 늘어날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조합원 자격 획득 이후 부득이하게 토지나 주택을 매매하는데 있어 제약이 생기는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국가나 공공기관이 시세에 준하는 가격으로 이를 사들였다가 공공분양이나 임대로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할만하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