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조직 해체까지 검토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방안이 지주사 전환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업무가 그대로 유지돼 사실상 무늬만 조직 분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땅 투기 논란으로 시작된 혁신방안이 자회사 분리로 끝나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여당 내 분위기도 적지 않다. 이에 정부의 고심도 깊어진 상태다. 세부안 결정만 남겨둔 상태이지만 '무용론' 논란이 불거져 추가적인 혁신방안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국민 눈높이 안 맞아" 지적에 고민 빠진 정부
27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LH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자회사 2~3곳을 두는 혁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여당과 국토교통부가 당정 회의를 열어 지주사 전환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한다. 이후 LH 혁신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주사 체제는 우선 주거복지 관리공단(가칭)이 신설돼 LH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자회사 관리가 주요 업무이며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등 비수익 사업도 담당한다. 자회사는 크게 3개로 쪼개 주택과 토지사업, 산업단지, 임대주택 관리 등을 관리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LH 혁신방안에 무용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땅 투기 혐의가 불거진 이후 LH뿐 아니라 공공기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정부가 투기 재발방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해제 수준의 혁신방안을 내놓겠다는 공언했던 것과 비교하면 결과물이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3개월을 끌어온 LH 혁신안이 무늬뿐인 개혁에 그칠 경우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이 조직의 분리 또는 해체로 받아들일 여지가 적어서다.
여당 내부에서도 좀 더 보완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의 차질 없는 주택 공급대책에 매몰되지 말고 애초 취지대로 LH의 혁신을 꾀하자는 것이다.
국토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LH 혁신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주사 전환이 국민 눈높이 맞는지 의문을 갖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여론도 납득할 수 있는 최종안이 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차질 없는 공급대책 추진과 개혁 방안 등을 고려한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며 'LH 본사가 있는 진주 일대의 지역경제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업부별로 쪼개 지자체에 편입하는 진정한 해체는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이 개발정보 차단 등 관리 업무에 최적화할 수 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지주회사는 일반적으로 지분을 통해 자회사를 지배한다. 일반 기업이 아닌 공기업은 인사 및 예산, 평가 등으로 칼자루를 쥐고 자회사를 관리해야 한다. 공기업 조직에서 이를 통해 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수용할지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 지주사 전환, 효율성 미지수..."강도 높여야" 지적도
단순한 조직 분리에 그치지 말고 좀 더 개혁적인 변화를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주사 전환이 되레 비효율성을 낳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자회사에는 각각 사장과 사외이사, 감사 등을 둬야 해 조직 축소로 인력을 줄이겠다는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큰 틀에서 한 조직으로 운영돼 개발정보 공유, 투기 방지도 쉽지 않은 구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주사 전환은 명분상으로 조직을 분리하는 정도로 효율성이 얼마나 나타날지 미지수"라며 "중요 업무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어서 이대로 확정될 경우 많은 논란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강도 높은 혁신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주사 전환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하는 정도에 그치는 조치"라며 "투기재발 방지와 조직 슬림화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체 수준의 보다 과감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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