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한화그룹 '3세 경영' 후계 구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태양광과 우주산업을 포함한 그룹 전반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금융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변수는 삼남인 김동선 상무였다.
하지만 김 상무가 한화에너지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소속을 옮기면서 '주 전공'인 승마와 프리미엄 레저사업을 통해 경영수업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태양광과 금융, 레저 등을 아우르는 삼형제에 대한 승계 작업이 가속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김동선 상무가 이달 중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이동해 프리미엄사업부 프리미엄 레저 그룹장에 올랐다. 오랜 시간 승마 선수로 활약해 온 김 상무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승마사업을 총괄하고 프리미엄 레저 분야 신사업 모델 개발을 수행하는 것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 레스토랑 등뿐 아니라 로얄새들 승마클럽을 운영한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왼쪽)과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가 다보스 현지에서 23일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배 스완 진 회장과 미팅을 갖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사명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 [사진=한화그룹] |
재계에서는 김 상무가 자신의 주 관심사인 승마, 레저 부분으로 이동한 만큼, 경영수업에도 큰 성과를 내지 않겠냐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 김 상무는 이전까지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승마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했다는 시각에서다.
미국 태프트스쿨, 다트머스대학교를 졸업한 김 상무는 승마 선수로 활동한 바 있다.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다 퇴사한 2020년 4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했지만 6개월 만에 퇴사했다.
그해 말 한화에너지 글로벌 전략 담당으로 한화그룹에 재입사했지만 몇달 만에 휴직 후 승마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 승마대회에 출전해 우승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승마가 (김동선 상무의) 주특기이고 관심분야라는 판단에 따라 회사를 옮겨 승마와 프리미엄 레저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태양광, 수소 등 에너지에 이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우주·방산 사업의 중책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의 합병으로 태어난 한화솔루션의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 그린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그룹내 핵심 기업이다. 한화솔루션은 유통 계열인 자회사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도 흡수합병하며 외형을 더욱 키웠다.
올해 들어서는 항공·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한화테크윈, 한화파워시스템 등 방산 자회사를 두루 거느리고 있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또한 지난 3월 출범한 그룹 우주사업 전담조직인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도 맡았다. 재계에서는 김 사장이 태양광 사업에 이어 우주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후계 구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금융부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룹내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인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데 본격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이다.
김 전무는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해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를 거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 신사업 창출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상무에서 승진했다. 그룹 내 최대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나머지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정리 등 과제가 남아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주)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지분 22.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인데 비해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4.4%, 김동원 전무와 김동선 상무는 각각 1.7%로 미미한 수준이다. 3형제 개인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지분(4.34%)를 더해도 3형제의 (주)한화 지분은 12%에 그친다.
재계 관계자는 "3형제가 각각 경영 수업에 나서기는 했지만 지배구조 정리 등을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를 단 시일내에 무자르듯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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