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최근 시중은행들이 법인설립이나 지분투자 등의 형태로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와의 제휴 계획을 백지화하는 대신 가상자산 시장 선점을 위해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가상화폐 리플,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의 모형 [사진=로이터 뉴스핌] |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디지털자산의 수요 증가에 대비해 가상화폐거래소와 손을 잡는 대신 법인설립이나 지분투자 등의 형태로 가상자산 수탁사업에 뛰어드는 길을 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해시드 등과 손 잡고 디지털자산 관리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세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게임아이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디지털 자산의 범위가 확대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고 투자했다"며 "가상화폐를 넘어서 유무형의 자산들이 디지털화하면 이 자산들의 안전한 보관·거래·투자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금융 니즈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커스터디 전문 기업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월에는 미국 디지털자산 금융서비스 기업 '비트고'‧KDAC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은행이 100% 출자해 설립한 우리펀드서비스는 가상화폐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와 협력해 가상자산 기업회계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업의 회계·세무·매매·청산 등의 전 과정을 관리·지원한다.
가상자산거래소와도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거래소 대신 기술개발 기업과의 제휴를 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거래소와의 제휴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데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있었다"며 "하지만 거래소와의 제휴에 따른 이득보다 해킹·자금세탁 등의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이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은 수수료 이익보다 블록체인 기술, 중앙은행 CBDC 발행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 CBDC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CBDC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은행도 오는 8월 약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10개월간 CBDC에 대한 모의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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