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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투자 시계' 다시 돌렸는데…오너 그림자에 'ESG 갈 길 멀다'

기사등록 : 2021-06-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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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LG화학과 라텍스 원재료 생산 합작사 설립...창사이래 최초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10월 만기 출소...복역 중 각종 재판 계속돼
최근 글로벌 화두인 ESG 경영 갈 길 멀어...남양유업 반면교사 지적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리스크 이후 10년 만에 태광산업의 투자 시계를 다시 돌리고 있다. 오는 10월 만기 출소하는 이 전 회장 맞이(?)가 시작된 것인지 관련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최근 글로벌 화두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황제 보석' 논란을 빚었던 이 전 회장은 수감 중에도 각종 송사를 치루며 태광그룹을 곤혹스럽게 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전날 LG화학과 아크릴로니트릴(AN) 증설을 위한 대규모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태광산업은 신설하는 합작법인 '티엘케미칼'의 전체 주식 370만주 가운데 60%인 222만주를 728억원에, LG화학은 나머지 40%인 148만주를 485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AN은 코로나19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의료용 장갑 소재인 NB라텍스와 자동차·가전 내·외장재 소재인 고부가합성수지(ABS)의 원재료다. 태광산업은 현재 울산광역시 남구 부곡동에 위치한 석유화학 3공장에서 연 29만톤의 AN을 생산하고 있는데 신설될 합작공장에서 연 26만톤을 추가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8년 12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8.12.12 mironj19@newspim.com

태광산업이 합작법인을 설립한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재계 일각에는 오는 10월 이 전 회장의 만기 출소를 앞두고 태광산업이 멈췄던 투자 시계를 다시 돌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이 2012년 4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후 눈에 띄는 투자 발표가 없었다.

이 회사의 내부 전열 정비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섬유사업본부 대표로 효성 출신의 박재용 대표를, 석유화학본부 대표로 정찬식 전 LG화학 ABS 부사장을 선임하며 조직쇄신에 나섰다. 태광산업과 LG화학의 이번 합작법인 설립도 LG화학 출신인 정 대표와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의 인연이 영향을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다.

태광산업의 투자 움직임 한편에서는 태광그룹 오너의 사법리스크 여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 전 회장은 복역 상태에서도 각종 혐의로 검찰 수사 및 재판을 진행해 왔다.

예컨대, 이 전 회장은 차명주식 허위 신고했다는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9월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이 제정·시행된 후 공정위가 최초로 고발한 사건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지난 1996년 부친이자 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회장으로부터 차명 주식을 상속 받아 그중 일부만 실명 전환하고 친족이나 임직원 등의 명의로 차명주식을 남겨 실질 소유했다는 혐의다. 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 벌금 3억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2021.06.03 yunyun@newspim.com

지난 2일에는 이 전 회장 일가 소유의 골프장 회원권을 태광그룹 소속 계열회사인 흥국화재에 비싸게 떠넘겨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과 임원진들에게 흥국화재에 11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황제 보석' 논란으로도 홍역을 치뤘다. 2011년 구속된 이후 간암 등을 이유로 병보석을 받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음주와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2018년 12월 보석이 취소되고 재구속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오랜기간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다가 결국 헐값에 매각된 사례에서 태광그룹도 교훈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ESG 경영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시대에 오너리스크 관리는 각별히 신경써야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간암 3기로 출소후 건강을 우선 챙길 것으로 보인다"라며 "(출소 이후) 경영복귀 여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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