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네이버, 카카오라서 더 많이 욕을 먹는다."
지난 2월 카카오 내부 인사평가, 보상 논란이 발생했을 때 지인이 한 말이다. 이 지인은 '국민기업'이라 불릴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는 네이버와 카카오라서 내부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고 거센 비판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일부 공감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보다 더 치열한 경쟁, 냉혹한 처우와 보상체계를 보유한 회사가 얼마나 많겠는가. 또 네이버, 카카오라고 '성인군자'들만 모이진 않았을 테니,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내부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는 국민적 질타를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A씨가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가 발견됐고, 노동조합도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왔음을 주장했다.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최소한 A씨에게만큼은 네이버가 '꿈의 기업'이 아니라 악몽이었던 셈이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인사평가 문제로 홍역을 치른 카카오는 최근 고성과자에게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선별복지를 추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여기에 일부 직원의 주 52시간 이상 근무, 임산부의 시간 외 근무 등 법 위반 사항까지 적발되며 조직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안팎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더 이상 IT기업 특유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오래 전부터 기존 대기업의 경직된 문화를 답습해왔다는 사실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실을 알게 된 국민들의 배신감도 상당하다. 단순히 꿈의 직장으로 여겨졌던 두 기업의 민낯을 봤다는 실망감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공하는 편리한 서비스 뒤에 사실은 구성원들의 남모를 고통이 있었다는 충격도 큰 몫을 차지한다.
국민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라서 감내해야 할 사회적 비판은 분명 크다. 다만 두 기업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라서 구성원들과 국민으로부터 잘못된 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이다. 서서히 끓는 물에 개구리가 죽어가는 법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런 따끔한 질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민기업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2월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카카오 공동체는 건강한 조직이 됐으면 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곧 회복탄력성"이라면서 "부딪힘이나 충돌은 당연히 있을 수 있으나 그 후 회복이 잘되느냐가 중요하다"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완벽한 조직, 기업은 없다. 꿈의 기업이라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김 의장 말대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건강한 조직을 만든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제 실천과 변화로 진정한 국민기업임을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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