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란 출신의 '종교 난민' 김민혁(18) 군의 아버지가 두 번의 난민신청과 두 번의 이의신청 끝에 법원에서 1심에서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이새롬 판사는 지난달 27일 김 군의 아버지 A(54) 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군 부자의 사연은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졌다. 이들 부자는 지난 2010년 한국에 처음 입국해 기독교로 개종한 뒤 2016년 종교 박해 우려를 이유로 난민신청 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따르는 이란은 개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민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개종을 이유로 난민을 인정 받은 김민혁(18)군과 그 아버지 A씨가 지난 2019년 8월 8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나서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A씨의 난민 신청에 대해 불인정하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했다. 2019.08.08. adelante@newspim.com |
이에 김 군의 중학교 반 친구들과 담임 교사는 추방위기에 놓인 김 군과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해달라며 청원글을 올렸고, 사회 종교계 인사들이 잇따라 힘을 보탰다. 결국 김 군은 2018년 난민 인정을 받았으나, 출입국 외국인청은 아버지 A씨에 대해서는 재차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다만 김 군이 현재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 허가를 허가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법상 난민의 요건에 충족되진 않지만 인도적인 측면을 고려해 통지일로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1년이 지난 뒤 재심사를 통해 체류 연장을 할 수 있지만, 취업에 제약이 뒤따르는 등 난민 신분과는 확연히 다른 처지에 놓인다.
당시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신청인의 주장은 난민협약 1조 및 난민의정서 1조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인도적 측면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자 결정을 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최초 난민신청 당시 진술한 것과 다소 어긋나는 진술이 있는 점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아서 박해 위험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판사는 A씨가 기독교로 개종하게 된 계기, 이후 2017년 다시 천주교로 개종해 매주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점 등 개종이 자연스럽고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이들 부자의 개종 사실이 국내외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점을 볼 때 이란 당국에서 이들 부자의 개종사실과 활동을 알아보고 주목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가사 A씨가 이란에 돌아가서 당장 적극적인 전도활동이나 이슬람교를 배격하는 행위까지 하지 않더라도 이미 언론보도로 당국의 적대적 관심대상이 된 이상 이란 내에서 위해를 받을 여지도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특히 아들인 김 군이 난민 인정 결정을 받고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점에서 '가족결합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이 판사는 "미성년자인 김 군에게 난민 지위가 인정되었음에도 아버지인 A씨의 난민인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가족결합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용인되기 어렵다"며 "미성년자 난민으로서는 국내에서 체류할 지위를 부여받았음에도 박해가 확실시되는 본국으로 돌아가 부모와 함께 살거나 부모와 떨어져 국내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가혹한 선택을 강요받게 될 수 있다. 이들 부자는 기독교 개종 이후 가족들과 절연한 상태로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고, A씨가 아들을 부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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