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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강제징용' 피해자에 패소 판결…"개인청구권, 소송에 행사해선 안돼"

기사등록 : 2021-06-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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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 배치
"소송으로서 행사는 안돼"…피해자들은 "한국 법원 맞냐" 분통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법원이 지난 4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상대 손해배상소송을 각하한 데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상대 손배소도 각하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 1인당 1억원씩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 배치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오후 피해자 송모 씨 등 84명이 스미세키마테리아루즈,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17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소를 모두 각하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문언의 의미는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이어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 등까지 고려해보면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며 "개인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헌법기관으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후 처음 내려지는 패소 판결이다. 당시 대법은 "원고들은 단순한 보상금을 구하는 게 아니라 일제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지배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당시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법적 대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따라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 성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선고는 당초 오는 10일에 예정돼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날 오전 갑작스럽게 선고일을 당일로 지정해 변경했다. 이 때문에 당사자들은 대부분 출석하지 못했다.

선고가 끝난 뒤 유족들은 재판부 판결에 대해 규탄하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임철호 씨와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패소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처음이다. 2021.06.07 adelante@newspim.com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는 "우리 선친들이 일본인들에게 어떤 일을 당했는데 사법부가, 국가가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는 우리에게 필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선고기일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것과 관련해서도 "저도 몰랐는데 아침에 기자들에게 수없이 많은 전화가 와서 알았다. 변호사도 황당해하더라"며 "당사자들에게 사전에 연락도 없고 예고도 없이 이렇게 선고를 당겨서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것부터 알고 싶다. 알았더라도 당사자들이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겠느냐"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족인 임철호 씨도 "이 판사들이 한국 판사가 맞느냐. 한국 법원이 맞느냐. 참으로 통탄할 일이고 입을 열어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강길 변호사는 "판결서를 검토해봐야 알겠지만 청구권 존재한다는 건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고 심판 대상으로서 적격이 있는 것 같은데 양국간 예민한 사안이라 달리 판단한 것 같다"며 "일단은 강제징용된 상태에서 임금도 받지 못한 아주 부당한 상황인데, 최소한 임금과 그에 해당하는 이자는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국 관계도 그런 의미에서 다시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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