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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등 원자재 대란에 건설사들 '비상'…아파트 '입주대란' 도미노 효과?

기사등록 : 2021-06-0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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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품귀에 멈춰선 공사현장…"중단 현장, 전국적으로 수만곳"
건설사들, 자재 값 인상에 손실 감수…아파트 입주 대란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철근 뿐만 아니라 시멘트, 목재 가격이 다 올랐어요. 5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텼는데 6월부터는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발주처에서 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설계변경(가격 조정)을 해줘야 하는데 만약 안 해주면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K건설사 관계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공사현장 중에 중단된 곳이 많아요. 공사가 멈추면 준공이 늦어지니까 입주가 밀리는데 그럼 대기자들은 기존에 살던 집 계약을 갱신해야 돼요. 그럼 그 집에 이사오기로 계약한 사람까지 못 들어오니까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건설업계 관계자)

인천 송도 아파트 건설현장.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2021.04.28 hjk01@newspim.com

철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현장이 대거 '올스톱'되고 있다. 건설사들과 LH 아파트 공사가 여럿 중단되면서 건설업계는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철근 품귀에 멈춰선 공사현장…"중단 현장, 전국적으로 수만곳"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7대 제강사 철근(D10㎜)의 유통가격은 올해 초 톤당 70만원 초반에서 현재 136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현대제철의 당진공장 가동 중단, 중국산 수입 급감 및 수입단가 급등으로 지난달 말 철근 유통가격이 폭등했다.

철근 외에도 시멘트, 목재, 철판 등 자재 가격이 전부 올랐다. 콘크리트파일(PHC파일) 생산자물가지수는 최근 1년 동안 27.6% 올랐다. 원목 가격도 올 들어 60% 가량 뛰었다.

원자재 부족으로 멈춰선 건설현장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자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4월 주요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총 59곳이다. 이 중 철근·형강 부족으로 중단된 사업장이 43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사 중단 평균 일수는 공공 현장이 22.9일, 민간 현장이 18.5일로 집계됐다.

다만 실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적게는 수천곳에서 많게는 수만곳에 이를 것이라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한 해 공사현장이 10만곳이 넘는데 이 중 철근을 쓰는 공사현장이 모두 충격을 받고 있어서다.

협회 관계자는 "위 수치는 공식 통계가 아니라 사례를 집계한 것"이라며 "기간도 철강 가격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지난 3~4월 기준이기 때문에 5~6월 기준으로 하면 중단된 현장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철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구조적 현상으로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 각국이 인프라 투자에 나서면서 철근 수요가 급증한 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철강재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 철근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건설수주 및 주택착공 증가로 철근 수요가 늘어났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건설수주액은 47조8708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36조3325억원)보다 31.7% 넘게 증가했다.

높아진 주택 공급 유인과 물류·공장건축 수요 증가로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사상 최대치인 200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주택 착공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한 12만9025가구에 이르렀다. 5년 평균 대비로는 37% 높은 수준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설수주가 건축착공으로, 다시 건설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수주 증가에 따라 건설자재 수요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감안하면 올해 철근시장 수요는 13% 증가한 1060만톤이 예상되고 내년까지도 큰 폭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신화사 = 뉴스핌 특약]

◆ 건설사들, 자재 값 인상에 손실 감수…아파트 입주 대란 우려도

공사 현장들은 대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철근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건설사들이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자재 조달 방식에는 건설사가 직접 구매해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사급자재)와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사서 건설사에 넘겨주는 경우(관급자재)가 있다. 원자재 조달이 안 이뤄지면 두 방식 모두 공사를 하기 어렵다.

회사 손익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관급공사는 입찰 당시 자재 단가가 정해져 있다. 만약 자재 가격이 오르면 발주처에서 설계변경으로 자재비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해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관급공사 예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갑자기 올라도 건축비를 올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K건설사 관계자는 "심지어 민간공사는 설계변경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자재 가격 인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지난 5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6월부터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현장 관리팀과 외주구매팀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를 막기 위해 공사를 취소하기도 어렵다. 관급공사의 경우 건설사가 공사 취소로 부정당제재를 받으면 향후 입찰 참가를 못 해서 손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입찰에 참가시키기 부적합한 업체가 있으면 일정기간 동안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일종의 '블랙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이 처분을 받으면 그 기간 동안 해당 업체는 입찰에 참가하지 못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건설사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자재 부족으로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실수요자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공사가 중단되면 준공이 늦어지기 때문에 입주 시점도 뒤로 밀린다. 이 경우 해당 주택에 입주를 기다려온 실수요자들은 기존에 살던 집 전세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그러면 애초 그 집에 이사를 들어오기로 했던 사람까지 못 들어오게 된다. 입주를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이 줄줄이 주거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이다. 특히 LH 행복주택 등 아파트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 아파트 현장은 단순히 공기지연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입주 지연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크다"며 "안 그래도 전세대란이 장기화된 상황이라서 아파트 입주 대란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철근 등 자재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조달청과 함께 자재 수급 안정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서 건설업계에 대한 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철근 납품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 발주공사에 대한 공사비 조정, 공기 연장 등 규정을 안내하는 지침을 통보하기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와 협의했다.

LH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전체 공공기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공사가 중단된 곳이 있는지 취합하는 중이라서 정확한 통계치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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