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정부가 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검토하고 나섰다. 당장 돈이 풀린다는 생각에 시장은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원을 제외한 3대 지역 과기원은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정부가 추경을 추진하면서 지출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과기원의 예산 일부를 환수했기 때문이다.
이경태 경제부 차장 |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대 과기원의 예산 현황을 보면, 한국과기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과기원은 예산이 줄었다.
실제 추경을 반영한 예산에서 한국과기원은 155억여원이 늘었다. 과학기술 뉴딜사업으로 220억원이 별도 책정되면서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반면, 광주과기원, 대구경북과기원, 울산과기원은 각각 33억원, 26억원, 26억원씩 예산이 삭감됐다.
예산이 줄어든 과기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산 투입이 불필요해진 해외 관련 프로젝트 때문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지난해 학습효과가 너무 컸다는 데 있다. 이들 3대 과기원들은 올해에도 추경을 반영할 경우, 예상치 못한 예산 반납부터 걱정하고 있다.
추경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불어닥칠 예산 반납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위해 그만큼의 예산을 후반기에 남겨놓고 있다는 게 대구경북과학원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나머지 과기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올해 정부와 여당이 2차 추경을 예고한 상황에서 본예산으로 편성했던 정부 유관기관의 예산을 끌어 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예상이다. 더구나 올해 예산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한 사업비라는 점에서 삭감 역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이들 과기원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세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과기원의 엄살이 과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과기원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지만, 과학기술계에서는 과기원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본예산에 대한 타당성이 충분하다면, 과학기술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과기원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기원의 본래 설립 취지에 맞게 과학인재 양성과 과학연구 실적 마련에서 충분히 혁신을 일구고 그만큼의 역량을 키워왔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최근에는 광주과기원의 내부 분란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광주과기원의 내부 분란은 김기선 총장의 복귀로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지방법원이 지난 7일 김기선 총장이 제기한 이사회 결정 효력정기 가처분 신청에 '인용'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이사회는 김 총장이 사의 표명을 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를 수용한 상태였다. 향후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광주과기원이 제 기능을 할 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울산과기원의 경우를 보면, 그나마 2016년까지 청념도 등급 3등급을 받아온 상태에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5등급을 받는 등 예전의 청념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힘겨워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3대 과기원이 예산 불평만 내놓기보다는 스스로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흔들리는 내부 분위기도 바로 잡을 뿐더러 인재들이 충분히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발전 모델을 찾아야 할 때라는 얘기다.
정부의 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선발 주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새겨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과기원의 그늘 밑에 있을 것이냐'는 과학기술계의 지적이 나오지 않는 날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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