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승윤 기자=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4년 주기로 60여개 국가의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수학과 과학 성취도를 비교 연구한다. IEA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수학·과학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 2019)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권 학생은 2015년과 비교해 학업 성취도가 올라갔지만 하위권 학생은 더 떨어져 격차가 커졌다. 한국 중2 학생의 수학 상위 10%는 평균 점수가 727점으로 2015년(711점)보다 16점 올랐지만, 같은 학년의 수학 하위 10% 학생 평균점수는 491점에서 475점으로 16점 떨어졌다.
교육당국은 교육격차 심화의 원인을 코로나19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지난 10여년간 '미래교육'을 한다며 학습과학 원리를 무시하고 진행한 교육정책의 실패를 드러나게 했을 뿐이다.
현직 교사가 학교 현장의 심각한 학력 저하와 학력 격차 확대의 원인을 객관적, 실증적으로 분석해 비판하는 책을 썼다. 현직 고교 교사인 박제원씨가 쓴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이다. 제목의 미래교육 앞에 '환상에 사로잡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책은 학습과학 원리를 무시하는 미래교육의 허상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교육은 궁극적으로 지식을 얻어 삶에 적용하도록 학습시키는 일이다. 학습은 기억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기억은 인공지능(AI)에 맡기면 된다며 '기억 교육'을 '주입식 교육'으로 폄훼한다. 인공지능은 사실 고성능 계산기에 불과한데 말이다. 지식 교육은 소홀히 하더라도 역량만 길러주면 된다며 지식과 역량을 대립 개념으로 세운다.
저자는 지식을 쌓고 기억을 활성화하는 교육이야말로 역량을 높이는 초석이라고 강조한다. 핵심역량이라 불리는 4C, 즉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ity)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교육에 대해 해박한 학습과학 지식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비판적 사고의 경우 뇌의 메커니즘에 따르면 우선 장기기억 속에 저장된 사실적·개념적 지식에 의지해야 한다. 장기기억에 저장된 지식이 추론이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능력을 활성화시킨다. 머릿 속에 지식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고 기술을 익혔어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한 것이다.
창의력도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기존의 지식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표지 [사진=EBS] |
이같은 제언은 교육 과정의 수립과 교수 학습, 평가 방식 개선에 시사점을 던진다.
저자는 "현재 주류를 이루는 미래교육 담론에 대해 훼방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누군가는 희생해 민낯이 드러나게 하고 불편한 진실을 언급해야 보다 건강하고 올바른 교육담론을 생산할 수 있다는 신념과 소명에서 책을 썼다"고 밝힌다.
미래교육만이 정답이라며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교육당국자들에게 교육의 본질과 역할을 숙고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10년간 근무한 후 2003년부터 전주 완산고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BS에서 출간했으며 책값은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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