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지난 4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외형상 소비자 권익이 크게 강화됐지만 금융 약관과 설명서에는 여전히 낯선 한자어와 외래어가 대부분입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에서도 우리말 표준약관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에 뉴스핌은 '외계어' 수준의 금융용어 실태를 점검하고 쉬운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금융상품 중 하나인 보험은 무형의 서비스로 약관에 적힌 내용이 곧 상품 그 자체다. 하지만 약관이 어려운 용어로 표현되어 있다. 금융 민원 중 보험 민원이 가장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약관을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약관이 어렵기 때문에 가입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한다. 이후 보험사고가 발생후 보험금을 신청하면, 보험사는 약관에서 보장하지 않는 항목이라며 지급을 거절한다. 보험금을 받지 못한 실망감이 민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생소한 용어엔 추가 설명 넣어야
보험 약관을 읽다보면 정말 생소한 용어들이 많다. 또 비슷하지만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닌 용어도 수두룩하다. 이에 가입자는 어떤 사고는 보상을 받고, 어떤 사고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지 헷갈린다.
보험료와 보험금은 비슷하지만 의미가 완전 다르다. 보험료는 가입자, 즉 소비자가 보험사에 내는 돈이다. 반면 보험금은 보험사고로 청구하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돈을 의미한다. 굳이 보험료·보험금으로 표현하지 않고 내는 돈·받는 돈으로 표현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보험약관을 보며 심각한 표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 2021.06.11 0I087094891@newspim.com |
보험에 가입할 때는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라는 용어가 나온다.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 모두 본인 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각각 3사람이 될 수도 있다. 계약자는 보험상품을 계약하고 보험사에 돈을 내는 사람을 뜻한다. 피보험자는 보험상품에서 보장 대상이 되는 사람을 의미한다. 수익자는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에 이를 계약하는 사람·보장 받는 사람·돈을 받는 사람 등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약관에는 면책기간, 감액지급 등의 표현도 있다. 면책기간은 책임을 면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즉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간이다. 면책기간을 쉽게 '보험가입 후 보장하지 않는 기간'으로 바꿀 수 있다. 감액기간은 보험금을 덜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암보험 가입 후 통상 2년 이내에는 보장하는 금액의 일부만 보장한다. 감액지급도 '일부지급'으로 표현 가능하다.
◆감액지급→일부지급, 환급금→돌려받는 돈
해지환급금·만기환급금이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보험 상품을 해지할 때 혹은 만기에 환급받는 돈이다. 이를 더 쉽게 '해약 후 돌려받는 돈', '만기에 돌려받는 돈'이라고 바꿀 수 있다.
보험은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 가입한다. 때문에 약관에 금융용어 뿐만 아니라 의학용어도 많다. 또 금융용어와 의학용어를 법률용어로 표현했다. 소비자는 금융용어도 어색한데 의학용어와 법률용어를 해석하며 읽어야 하니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의학용어와 법률용어를 써야 한다면 뒤로 괄호를 열고 풀어써야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약관을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내놨다. 보험회사의 경영실태평가 항목 중 소비자보호평가 부문에 약관 이해도 관련 평가항목을 신설한 것이다. 즉 약관을 쉽게 만들면 보험회사의 경영안정지표가 올라가게 한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 약관은 금융용어는 물론 의학용어와 법률용어까지 이해해야 해석이 가능해 보험 소비자는 약관을 완벽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어려운 용어 뒤에 추가적으로 뜻을 풀어주면 약관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잇으며, 민원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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