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타이레놀은 재고가 없어요. 같은 성분이면 효과는 똑같아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때문에 타이레놀 찾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라며 "같은 성분이면 효과는 같은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문의가 있어 안내하기 벅찰 지경"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약사 A씨와 잠시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왼쪽 팔을 문지르며 약국에 들어와 타이레놀을 찾는 시민이 방문했다.
A씨가 "타이레놀은 재고가 없다"고 안내하자 이 시민은 아무런 말도 없이 약국 문을 나가버렸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약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약사 B씨는 "타이레놀은 품절"이라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다른 제품을 건네줬다. 타이레놀이 아닌 제품을 받은 손님은 제품 설명을 한참 읽어보고 휴대전화로 검색해본 뒤에야 해당 제품을 구매했다.
약사 B씨는 "대한약사회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제품은 효과가 똑같다고까지 안내했는데도 타이레놀만 찾는다"라며 "타이레놀이 없다고 하면 5명 중 2명은 그냥 나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약국에서도 약사 C씨가 "타이레놀은 없고 타사 제품만 있다"고 설명을 하고 있었다. C씨는 "정부에서 제품을 콕 짚어서 말해서 그런 것 같다"며 "설명을 해도 자신이 찾는 제품이 아니라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답답해 했다.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약국은 아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제품은 70여개나 된다'는 안내판을 붙여놓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의 한 약국에서 고객이 약품을 구입하고 나서고 있다. 2018.07.10 leehs@newspim.com |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타이레놀 품귀 현상은 정부의 안내를 시민들이 오해한 측면이 크다. 타이레놀은 제품명인데 이를 특정한 성분명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타이레놀에 대한 시민들의 이같은 오해는 사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정 청장은 지난 3월 브리핑에서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타이레놀과 같은 소염 효과가 없는 진통제는 복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타이레놀'이라는 오해의 공식이 형성된 것이다.
백신 1차 예방접종을 끝마쳤다는 시민 D씨는 "동네 약국 3군데를 돌아다녀서 겨우 타이레놀을 구했다. 나한테 '타이레놀 어디서 구했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라며 "정부에서 타이레놀이라고 말한 만큼 아무래도 이 약이 더 효과가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타이레놀은 성분명이 아닌, 다국적 제약사인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에서 제조하는 해열 진통제의 제품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단일 성분의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은 타이레놀을 포함해 70개에 달한다.
타이레놀이 대란 조짐을 보이자 정부에서도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달 28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국내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해열진통제 품목(단일성분 기준) 다수가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돼 있고, 가까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며 "시중 유통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동일한 효능·효과를 가진 제품이므로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알맞은 용법·용량으로 선택·복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 해열제는 효능·효과가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타이레놀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서 수입하고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제로 이미 국내에는 한미 써스펜이알, 부광 타세놀이알, 종근당 펜잘이알 등 타이레놀과 성분과 함량이 동일한 수많은 의약품이 시판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서 발생한 문제는 정부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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