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1월 일본 상대로 승소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받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낸 국고의 상대방에 대한 추심 결정에 대한 항고에 대해 이날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국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정의로운 판결을 요구하는 피해자 지원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야지마 츠카사 나눔의집의 일본인 직원이 발언하고 있다. 2021.04.12 yooksa@newspim.com |
재판부는 "민사소송법 제133조와 제444조에 의한 즉시 항고 기간이 지났음이 명백하므로 이를 각하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올 1월 8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소송비용 역시 피고인 일본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일본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2월 법원 정기인사에 따라 재판부 구성이 변경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새 재판부는 3월 '(한국 정부) 국고에 의한 소송 구조 추심 결정'을 내렸다. 국가의 소송 구조로 진행한 이번 재판에서 피고 일본 정부가 부담할 비용은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법원은 일본 측에도 공시송달로 이 같은 결정을 통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송 비용을 강제집행하게 되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외국 정부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현대 문명국가들 사이의 국가적 위신과 관련이 있다. 이를 강행하면 우리 사법부의 신뢰를 저해하는 등 중대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재판부는 국제법상 '이전과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금반언(禁反言·estoppel) 원칙을 들며 "일본 정부에게 이 사건 소송 비용의 추심 결정을 하는 것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르면 어느 국가도 국제 조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법부의 판결 등 일체의 국내적 사정을 원용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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