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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배당규제 풀어라"···손 놓은 금융당국

기사등록 : 2021-06-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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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확신, 미국·EU는 배당규제 완화
배당규제 풀어 韓 금융사 미래에 대한 청신호 보내야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주주총회를 서울 여의도 대한투자증권(현 하나대투증권)에서 개최하던 때의 일이다. 주주들 사이에서 배당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규모)인 9%가 적으니 더 늘려 11%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 주주가 "작년 회계연도 연간 배당성향이 18.8%인데, 올해 9%이면 배당이 줄어든다"면서 "주주가 회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려면 배당성향을 11%로 높여 작년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반대한다는 주주가 일어나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장기적인 측면에서 2%포인트 증가는 의미를 가질 수 있으므로 이를 내부 유보해 회사발전을 위해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주주들의 이견을 정리해야 할 김승유 전 회장은 배당증액을 선택했다. 그는 "배당을 2%p 올려도 추가 지급하는 것은 200억원 정도로 문제될 금액은 아니다"면서 "타 은행에 비해 배당률이 낮으면 주주들의 자존심과 신뢰가 걸려있어 배당을 늘리는 게 났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주주가치가 기업경영의 생존과 직결된 진리라는 걸 체험으로 알고 있었다. 2005년 하나금융지주를 설립했을 때, 그는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가와 찾아 다니며 "하나금융지주 주식 1300만주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주회사법상 은행이 자회사 간 주식 교환으로 보유하게 되는 지주회사 주식은 6개월 이내 처분해야 해서다. 그러나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 회장은 해외 IR(기업설명회)에 나서서야 골드만삭스를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여 1300만주를 매각했다. 골드만삭스가 안정된 배당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김 회장은 "국내 기관에 매각하고 싶었지만 임자가 나서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조달한 외부자금(3자배정 유상증자) 1조3000여억원을 32개 기관이 투자한 배경도 이러한 주주가치 우선 역사에 대한 신뢰 덕분이었다.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투자계약서에 안정된 배당을 금융사에 대한 신뢰의 지표로 적어 넣는다.

코로나19로 금융그룹들은 배당을 대폭 줄여야 했다. 금융당국이 6월까지 당기순이익의 20% 이내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과 관련한 자본배당을 제한했다. 아직 뚜렷한 배당제한조치 완화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지만, 배당정상화가 금융산업 발전에 순기능이 큰 만큼 재개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 등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금융사 투자 유인책이 필요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널의 끝에 있어 곧 해외진출, M&A(인수합병), 기업금융 확대 등 수요가 늘어날 텐데, 큰 손들의 금융사 투자가 중요한 시기다.

주주배당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다. 은행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준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등을 막는데 소요되는 대리인비용(agency cost)을 축소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배당제한 조치가 장기화하면 안 된다.

금융당국도 코로나19 위기 한가운데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가 현 상황에 적합한 것인지 재평가해야 한다. 해외 금융당국 규제와의 형평성과 국내 은행그룹의 경쟁력을 고려해 자본배당 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 미국 FRB,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PRA 등 주요 금융당국은 배당제한 완화조치를 최근 시행하며,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을 살피며 일을 하고 있는지 감시할 일이다. 

hkj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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