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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공룡들이 온다'...하반기 공모주 투자전략은?

기사등록 : 2021-06-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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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LG엔솔 상장예심 신청...올해 조달규모 10조 관측
SKIET 따상 실패에 카뱅·카페·크래프톤 고평가 논란
"과도한 기대수익률 바뀌어야...테이퍼링 시기 변수도"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LG, 카카오, 현대차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하반기 줄줄이 증시에 들어온다. 이들은 대부분 상장 전부터 장외시장에서 수십조(兆)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산정받고 있다. 이에 상장 과정에서 사상 최고 공모금액 기록도 예상해 볼 수 있는 상황. 업종도 금융, 조선, 건설, 게임 등 다양하다.

다만 최근 공모주 투자과열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거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도 일부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공모주의 무조건적인 성공 방정식이 깨진 만큼 갈수록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1~5월 5.6조 조달...역대 최고치 전망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공모를 완료한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 총액은 5조6059억원 규모다. 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8억원)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2조2460억원) 등 대어급 공모주가 잇따라 증시에 데뷔하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공모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3444억원에 비해 16배나 늘었다. 2020년 연간 전체 공모총액인 4조7066억원도 이미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해 공모를 통한 조달금액이 종전 최고기록인 10조908억원(2010년)을 깰 것으로 예상한다. 7월부터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롯데렌탈, LG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어급 공모주가 대기하고 있어서다. 현재로선 이들의 몸값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권가에선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4, 5월에만 대어급 기업을 포함한 총 37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대부분 연내 상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다시금 광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1.06.25 lovus23@newspim.com

◆ '100조' 대어 LG에너지솔루션이 온다

개국 이래 '최대' 몸값을 자랑하는 LG에너지솔루션.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사된 이후 빠른 속도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KB증권, 모간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 지난 6월 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향후 거래소 승인, 증권신고서 제출 등 절차를 거쳐 9~10월 중 코스피 시장에 데뷔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EV)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소형 전지 등을 제조하며 EV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1, 2위를 다툰다. 기업가치는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2, 3위에 준하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자금조달 규모만 해도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중공업과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 역시 오랜만에 도래한 건설과 조선업계 훈풍을 타기 위해 IPO를 서두르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현대중공업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를 대표 주관사로 정하고 지난 5월 6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예상시점은 8월이다. 기업가치는 5조원으로 평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래에셋증권, KB증권, 골드만삭스 등 주관사 선정만 마친 상태다. 대표 주관사는 아직 채택하지 않았다. 기업가치는 9조원으로 평가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IT 업종과 달리 조선과 건설은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업계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 한동안 부진을 겪던 조선과 건설주에 대한 투심이 최근 강화되면서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상장할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IPO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카뱅·카페·크래프톤, 거품론 제기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도 있다. 상반기 IPO 대어급이던 SKIET의 주가가 상장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공모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크래프톤이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여 있다. 크래프톤이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 희망밴드는 45만8000~55만7000원이다. 공모 규모는 최대 5조6035억원으로 삼성생명(4조8881억원)의 기록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기존에 발행된 주식까지 감안하면 시가총액은 29조원에 달한다.

크래프톤의 몸값은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인 18조원을 훌쩍 웃돌며 게임 대장주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이 비교기업으로 선정된데 대해 일각에서는 가치산정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점은 적정 가치 논란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매출구조는 견조한 편이나 게임 서비스 하나에 치중돼 있다 보니 디스카운트(가격할인) 요인이 있다. 신작 출시 등 모멘텀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향후 이 부분에 대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적정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의 메기로 평가받는 카카오뱅크도 고평가 지적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거래소 예비심사를 통과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이다. 24일 기준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38조7000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한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배경은 기존 금융지주들에 비해 순이익은 한참 못 미치지만 주가는 이미 이들을 크게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36억원으로 KB금융(3조5023억원)과 비교조차 어렵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예상 시가총액은 KB금융 시가총액(24조원)의 두 배다. 실제로 금융주들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5배를 밑돌지만 카카오뱅크는 13.8배에 이른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기업가치의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다.

한편, 일각에선 카카오뱅크가 전통 은행이 아닌 플랫폼 업체로서 가치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실적 기조와 금융업종 내 디지털 지배력 확대, 플랫폼 사업영역 확장 등을 바탕으로 IPO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IPO 과정에서 2조원의 자본이 조달된다고 가정할 때 자본 규모 5조원 기준하에서 해외 경쟁기업 가치평가를 감안하면 예상가치는 15조원(PBR 3배) 내외로 추정된다"면서도 "단순 금융회사가 아닌 플랫폼 업체의 관점에서는 20조~27조원의 가치 부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10조~15조원으로 추정되는 카카오페이의 몸값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비롯해 증권, 보험 등 서비스를 영위하는 핀테크 업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주당 예정발행가를 공개했는데 발행가 희망밴드가 7만3700~9만6300원 수준이다. 상장예정주식 수는 1억3336만주로,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9조8292억~12조8433억원에 달한다. 공모가가 기업가치에 20~4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페이가 추정하는 기업가치는 최소 16조원에 이른다. 이는 업계 3위인 하나금융지주의 시가총액(14조원)과 맞먹는다.

한편, 하반기 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한화종합화학은 이달 초 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청구까지 마쳤지만 연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한화는 삼성에 남아있는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을 처분하기 위해 내년 4월까지 IPO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화가 삼성에 남아있던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상장 추진은 중단됐다. 지난 23일 한화종합화학의 대주주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은 이사회를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20.05%와 삼성SDI가 보유하던 4.05%를 각각 8210억원, 1658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1.06.25 lovus23@newspim.com

◆ 가보지 않은 길 도래..."기대수익률 낮춰야"

전문가들은 더 이상 'IPO 대어 = 따상' 공식이 통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과한 욕심을 내려놓고 객관적인 기업가치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5월 SKIET는 상장 첫날인 11일 공모가의 2배인 21만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시초가 대비 26.43% 떨어진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강대권 보이저자산운용 대표는 "SKIET 사례를 통해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매수주문을 내는 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첫날부터 무조건 달려드는 건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비상장주식과 공모주 투자에 정통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모주 분위기가 쉽사리 꺼지진 않겠지만 공모주 투자를 통해 시현하는 수익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예전과 달리 상장 첫날 주가가 강하게 가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특히 대형급 종목 가운데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모주 투자 시 기업별 이벤트뿐 아니라 금리 등 매크로 이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IPO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로는 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 지목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 등 각국 정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되면 IPO 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조 단위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대형 공모주들에는 치명적일 수 있고, 이후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모주 투자 '대박'이 계속될 수 있었던 건 증시 예탁금이 70조원까지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등으로 증시를 떠받치고 있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혹은 다른 수익률 좋은 투자처가 생기면 유입된 자금이 확 줄어 현재 체력이 유지되기 쉽지 않다. 이번처럼 대어급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장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때"라고 조언했다.

나승두 연구원은 "증시를 주도하는 섹터가 보이지 않고 방향성이 혼재돼 있다. 기업들도 이를 염두에 두고 상장 시점을 신중하게 잡게 될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상장 추진 기업의 실적이나 이슈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상장 시점의 증시 분위기와 주도 섹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ovus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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