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최 원장은 28일 대권 플랜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자세히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일단 선을 그었지만 정가에서는 대선 등판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에서 사실상 홀로 달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언 정치'가 길어지며 피로감이 더해지던 시점에 최 원장의 도전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 원장의 사퇴 선언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장고(長考)의 마무리,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둘러싼 이목도 어느 때 보다 큰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0.11.05 kilroy023@newspim.com |
◆ 문재인 정부 인사로 발탁 됐으나…'탈원전' 등 놓고 대립각
감사원장에서 사퇴한 최 원장은 1956년생으로 경남 진해 출신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부친은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최 원장은 사법시험 23회, 연수원 13기 출신으로 1986년 판사 임용 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를 시작해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을 역임했다.
최 원장과 경기고,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사법시험을 나란히 합격한 강명훈 변호사가 그의 최측근이자 죽마고우다. 고교 시절 거동이 불편한 강 변호사를 최 원장이 업어서 등하교를 함께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최 원장은 2017년 말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으로 발탁됐다. 감사원장 임명 당시에는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실무에 정통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소유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정권이 발탁한 인물로 꼽히지만 상황이 역전되면서 오히려 야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계기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감사를 놓고 문 정부와 대립한 것에 있다. 최 원장은 지난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를 비롯해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겨냥하면서 공격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결정 과정에서 계속 가동 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출연한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과정의 고충을 이야기하면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극렬히 저항했다, (최 원장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질문에 "탈원전 감사 과정에서 얼마나 비상식적인 일을 보셨길래 이분이 이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한 바 있다.
최 원장은 탈원전 감사뿐 아니라 김오수 현 검찰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청와대의 인사를 거부하면서도 여권과 사이가 틀어졌다.
여기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천하의 인재들을 모으기 위한 작업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며 "홍준표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 링 밖에서 등단을 준비 중인 윤석열 전 총장,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등에 대하여도 환영의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다" 말하며 여권의 십자포화는 더욱 거세졌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사의표명을 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1.06.28 yooksa@newspim.com |
◆ 여권 감사원 '중립성' 이슈 꺼내…개헌론자들 정치 야합 카드로도
여권 대선주자들은 최 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27일 "(최 원장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감사원 독립성을 이용해 심각한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며 "국회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에 대해 특별직무감찰을 요구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같은 날 "윤석열 정치검찰총장과 최재형 정치감사원장은 국민이 지켜보는 백주대낮에, 헌법이 요구하는 '정치 운동 금지' 조항을 아무렇지 않게 훼손했다"며 "이제 더 이상 공직 농단, 정치 투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 같은 행보에 가세했다.
최 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거취 논란이 있는데 감사원 정치적 중립성이나 이런 문제 관련해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의 인기에 편승해 '개헌론'을 꺼내고 이를 세력 규합 계기로 삼으려는 여야 개헌론자들의 행보 역시 관심사다. 분권형 개헌을 내세워 각자의 정치 야합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여권 대선 주자들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
야권에서도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최 원장이 "대통령 5년 임기 중 2년만 하고 2024년 총선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인터뷰를 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 원장은 별도의 이임식 없이 28일 감사원을 떠날 전망이며 원장 임기는 원래 내년 1월까지다. 최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대선 출마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 원장은 정치 입문과 대선 출마에 대해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그런 요소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2021.06.28 yooksa@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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