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헌법재판관 과반수가 안경사 자격이 있는 개인만 안경점을 낼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의료기사법이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판단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정족수 미달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서울중앙지법이 구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등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과반수인 5명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지만, 법률조항 위헌결정 인용 정족수인 6명에 미치지 못하면서 합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1.01.28 yooksa@newspim.com |
유명 안경테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인 허모 씨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본사가 고용한 안경사 명의를 일반인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직영점 9개를 내는 계약을 맺었다. 안경사 명의로 개설등록 및 사업자등록을 하지만 실제 운영은 본사가 하고 발생한 수익과 비용은 본사와 점포 명의자가 절반씩 분배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1항은 안경사가 아니면 안경을 조제하거나 안경과 콘텍트렌즈를 판매하는 점포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허 씨는 2016년 해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 받고 항소했다. 이듬해 항소심 재판부는 허 씨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은 이러한 법률 조항이 헌법과 배치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들은 "심판대상조항은 법인 형태의 안경업소 개설을 일체 허용하고 있지 않은데, 법인 형태의 안경업소 개설로 예상되는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폐해나 무면허자에 의한 안경 조제·판매 같은 우려는 안경업소의 개설 주체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안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 형태의 안경업소 개설까지 허용하지 않는 것은 직업의 자유에 대한 필요 이상의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다만 "안경사들로 구성된 모든 종류의 법인에게 어떠한 제한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다"라며 "심판대상조항에 있는 위헌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문제는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자가 제반사항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효력을 즉시 상실시키는 단순위헌결정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미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아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4명 재판관들은 "법인 안경업소가 허용되면 영리추구 극대화를 위해 무면허자로 하여금 안경 조제·판매를 하게 하거나 소비자에게 과잉비용을 청구하는 등 일탈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안경의 잘못된 조제로 인한 분쟁 발생시 법인과 고용된 안경사 간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법인 안경업소가 무면허자를 고용하는 등의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규모 자본을 가진 비안경사들이 법인 형태로 안경시장을 장악하면 개인들은 폐업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안경 유통 및 판매의 독과점화를 낳게 되어 국민들의 안경 구매비용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현행 의료기사법과 이 사건 금지조항에 의하더라도 안경사들은 협동조합이나 가맹점 가입, 동업 등 방식으로 어느 정도는 법인과 같은 조직화·대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