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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거세지는 靑 '인사 실패' 책임론, 무시하면 심판 바람 불 수도

기사등록 : 2021-06-3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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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기강 핵심 '반부패 비서관' 투기 의혹으로 낙마
靑, 인사 실패 일부 인정...김외숙 책임론엔 선 그어
송영길 대표도 질타..."왜 이런 사안이 검증 안됐나"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결국 인사가 만사인가. 또 다시 '인사 참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를 향해서다. 지난 3월 임명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정권 말기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되고 있다. 이미 대선정국으로 들어간 시점. 레임덕이 불가피한데 정권 심장부에서 불거지는 인사 검증 부재에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선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이 인사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번에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내심 불쾌감이 가득하다. 인사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영역인만큼 너무 강도 높은 쓴소리는 조언 이상의 월권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임명 3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된 사건은 여러모로 여권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채송무 기자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사석에서 "내가 야당 의원이었다면, 이 정도로 넘어가지 않을 대형사건이다. 청와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게 많이 늦다. 인사 검증을 벗어난 사건이 이어진다면 대선정국에서 비판적인 민심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청와대의 강력한 자정 의지가 좀 더 신속하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불만이다.  대선을 10개월 가량 앞둔 상황에서 여당 고위급 인사들이 조급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여권의 또 다른 고위급 인사는 "지난 주말 (민주당)지도부가 청와대에 강하게 어필했다. 김기표를 정리하지 않는다면 당에서 월요일(28일) 해임 안건을 올리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제서야 청와대가 일요일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당청 간 사안을 바라보는 위기감이 다르다는 방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전 국민을 실망시키고, 그 결과 여당이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서 심판 받은 지 불과 석달도 지나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뒤처져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매서워진 여론이 여전한 셈이다. 집권여당의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데도 좀처럼 흥행의 불씨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원외 인사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29일)에는 매체들이 장사진을 쳤다. 윤 전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주고 받은 질의응답은 전문 그대로 각종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여당에선 위기감이 아닌 이미 위기라는 인식까지 감지된다.

이러니 민주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역전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돌파구를 마련하기 바쁜 와중에 청와대 참모진의 말도 안되는 비리가 지지율을 통째로 깎아먹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일견 당연해보인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다. 이제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고 차기 정부에게 정권을 넘겨줄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적은 공무원의 부패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말 핵심 과제로 '투기와의 전쟁'을 지목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공직 기강을 잡아야 할 반부패 비서관이 투기 혐의로 조기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무엇이 다를까. 청와대의 부실 검증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김 비서관의 문제는 최근 관보에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이 실리면서 불거졌다. 부동산 재산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상가 2채(65억4800만원) 등 총 91억2600만원인데, 금융 채무가 56억2400만원에 달했다. 뉴스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된 국민들이 과연 뭐라고 생각했을까.

수십억의 금융 채무와 수도권에 부동산 재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김 비서관은 청와대 검증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투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결국 버티지 못했고, 여론은 싸늘하다. 과연 청와대 인사수석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곳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직무유기요, 자기 검열에 너무나 자비로운 인사 검증기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인사 실패에 야당 뿐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김외숙 인사수석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코 가볍지 않은 엄중한 쓴소리에 다름 아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28일 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문제는 왜 이런 사안이 잘 검증되지 않고 임명되었는가에 대해서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돌이켜봐야 된다"고 꼬집었다. 집권여당 대표가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얼마나 고민해서 던진 멘트였겠는가. 예전 같으면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에 쓴소리를 할 경우 직을 걸었다는 말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백혜련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백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 검증의 문제가 (김외숙) 인사수석 소관이기 때문에 인사수석이 그 것에 대한 총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상 김 수석의 경질을 요구한 발언이다.

하지만 여권의 잇따른 문제 제기에도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김 수석의 책임 문제에 대해 일회성 사안으로 인식하는 양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른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청와대가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의 해명 외에 야당과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새로운 의혹을 알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치는 기본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정부 고위직의 잇따른 부동산 의혹은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또 다시 허무는 결과로 나타난다. 정부가 인사 검증 실패에 "어쩔 수 없다"로 일관한다면 민심은 더욱 흉흉할 것이다.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당과 청와대의 인식 차이가 과연 얼마나 좁혀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dedanh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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